유럽에서 그린 한국미술의 궤적

2025-11-02     홍예원 기자

각국 한국학자들 한자리에

한국 미술사 연구 분석

한류 통한 연구 확대 기대

 

발표가 끝난 후 교수들이 토론하고 있다.

 

  제6회 포니정 펠로우 워크숍이 지난달 31일 민족문화연구원(원장=허은 교수) 지훈회의실에서 열렸다. 워크숍에서는 김수진(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김윤정(문스대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 엘레나 호클로바(Elena Khokhlova, HSE대 아시아학대학) 연구교수, 베아트릭스 메시(Beatrix Mecsi, 로란드대 동아시아학연구소) 교수 등이 모여 유럽 내 한국미술 연구의 역사와 현황을 공유했다.

  마리아 소보트카(Maria Sobotka) 큐레이터는 베를린국립미술관의 한국미술 전시 사례를 소개했다. 소보트카 씨는 “작품 ‘Talking Heads’로 관객은 직접 모자를 쓰고 신부(新婦), 유학자, 무당의 독백을 들을 수 있었다”며 “전통 장신구에 기술과 미학을 결합해 살아 있는 예술로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소보트카 씨는 유럽의 한국 미술사 연구가 미술사와 한국학의 경계를 확정하려는 경향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의 한국미술 컬렉션은 서구의 전통적 분류 체계에 의해 구분됐고 그 결과 고려시대 불화가 예술 작품이 아닌 종교 문서로 취급되기도 했다”며 “한국미술은 언어와 밀접한 만큼 유럽미술과 다른 학문 분야로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진 연구교수는 유럽에서 한국 컬렉션이 형성된 과정을 세 시기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19세기 말에는 외교관·선교사의 개인 수집으로,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상인들의 유통망으로 한국 유물이 유럽으로 대거 흘러갔다”며 “한국이 분단된 전후 냉전기에는 동유럽은 북한의 주체 미술을, 서유럽은 남한의 근대미술을 수집하는 등 정치적 색채를 띠게 됐다“고 설명했다. 호클로바 연구교수는 1957년 북한 정부가 우호의 표시로 기증한 600여 점의 유물이 한국미술 연구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련과 한국의 외교 부재로 문화 교류가 제한됐고 지금까지도 한국미술은 한국학 연구에서 비주류지만 한류의 확산으로 연구 기반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정 교수는 현대 유럽의 한국 도자기의 수집 과정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유럽 내 연구 대다수가 한국 도자기 실물이 없거나 일본 도자기를 한국 도자기로 잘못 인식한 상태에서 진행됐다”며 “그나마 있던 한국 도자기도 품질이 떨어지는 국경 지방의 백자였기에 많은 연구가 인정받지 못했다”고 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원세진(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동아시아학과) 씨는 “한국 미술사의 해외 연구 현황과 현지 박물관의 소장품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박시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실태조사부 주임은 “한국미술 연구자가 해외에도 많아 놀라웠다”며 “한류 열풍이 한국학 연구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학계 발전이 기대된다”고 했다.

 

홍예원 기자 esotsm@

사진최주혜 기자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