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도 되는, 그러나 알면 좋은 이야기가 100원

각양각색 학내 언론 ① 잡지 동아리 ‘거의격월간몰라도되는데’

2025-11-02     홍예원 기자

유머와 정성 담아 기사 수작업

차별·편견 없도록 반복 수정

 

'거의격월간몰라도되는데' 부원들이 원고를 수기로 옮기고 있다.

 

  ‘같은 듯 다른 삼성통닭과 삼통치킨’, ‘안암동 천하제일 간판대회’를 주제로 기사를 쓰는 잡지 동아리가 있다. 기발한 관점으로 고려대와 안암 소식을 전하는 거의격월간몰라도되는데(회장=최유경, 이하 ‘몰되’)는 기사를 수작업해 한 학기에 두 번가량 발행한다.

  몰되는 다른 교지가 다루지 않는 소재를 유머러스하게 전한다. 독특한 소재 덕에 신간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학생부터 몇 년간 모든 호를 빠짐없이 수집하는 애독자까지 탄탄한 팬층을 자랑한다. 몰되 애독자인 전우성(정경대 정외21) 씨는 “신간이 나올 때마다 꼬박꼬박 챙겨 본다”며 “몰되만의 재치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몰되 부원 서현빈(문과대 사회20) 씨는 “안암 소식 중 패러디할 수 있는 글감을 찾는다”며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는 대신 학우들이 교내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소재를 찾기도 한다”고 밝혔다. 

  잡지에는 각 부원이 쓰는 기사 외에도 부원들이 학교와 안암동에서 보고 겪은 사건을 한 줄씩 모은 한줄정보통이 실린다. 7월 발행한 45호 한줄정보통에는 “하스에서 한 교직원분이 팔굽혀펴기를 하고 계심” 등 소식이 실렸다. 전 씨는 “한줄정보통이 몰되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장 재미있는 코너”라고 말했다.

  부원들은 독자에게 웃음을 주는 기사 작성을 추구하면서도 무례와 혐오로 읽히지 않도록 엄격한 내부 검토를 진행한다. 최 회장은 “재밌고 가벼워 보이는 글도 부원 간 진지하고 예민한 피드백과 반복 수정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부원들은 표지, 기사, 삽화를 모두 수작업한다. 회의와 첨삭을 거쳐 최종 원고가 나오면 모든 부원은 1박 2일간 원고를 모눈종이에 수기로 옮긴 후 스캔한다. 제각기 다른 글씨와 그림에 제작자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몰되를 읽은 양윤영(심리23) 씨는 “종이에 채워진 빼곡한 손글씨와 그림에서 그 자체로 특별함이 느껴진다”며 “디지털 폰트의 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라고 말했다. 수작업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웹사이트 게시 없이 실물 발행만을 고수해 왔다. 최 회장은 “글씨와 그림의 크기, 배치까지 세심하게 고민한 흔적이 전자기기 화면보다 실물 책에서 더 잘 느껴진다”며 “독자들이 책 페이지를 넘기며 읽는 만큼 한 권 안의 기사 순서까지 고심한다”고 했다.

  판매 방식도 독특하다. 교내 배부대에 무료 배포하는 다른 학내 언론과 달리 몰되는 축제나 동아리 박람회 부스에서 신간호와 과월호를 판매한다. 민주광장에서 돗자리를 깔고 게릴라 판매를 하기도 한다. 가격은 권당 100원으로 개간 이래 변하지 않았다. 몰되를 처음 접하는 구매자들은 ‘이렇게 팔아 남는 것이 있냐’고 묻기도 한다. 몰되 부원 A씨는 “100원 판매는 몰되의 또 다른 정체성”이라며 “언제나 동전 하나로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100원 대신 작은 간식부터 음료수, 김밥 등과 물물교환도 가능하다. 9월 가을 축제에서는 한 중국인 학생이 5위안 지폐와 몰되를 교환하기도 했다.

  46호 발행을 앞둔 몰되는 오늘도 안암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은다. 최 회장은 “독자들이 몰되를 읽고 통쾌한 웃음과 공감의 끄덕임을 보일 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며 “다양한 학내 소식을 학생의 관점으로 생생히 전하는 개성 있는 언론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글 | 홍예원 기자 esotsm@

사진 | 최주혜 기자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