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부 목소리 담은 글로 세계를 바꾼다
각양각색 학내 언론 ② 반연간지 ‘고대문화’
관점과 현장성 녹인 기사
“기성 시선에 없는 내용 담을 것”
모두가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이라는 의미에서 서로를 ‘성원’이라 부르는 고대문화 편집위원회(편집장=엄정후)는 글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교지를 발행한다. 엄 편집장은 “세계를 변혁시키는 글은 단순 정보 모음이 아니라 각 성원의 지향점과 정보를 결합한 것”이라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도 여러 사람이 모여 자기 생각의 폭을 넓힐 때 세상이 조금씩 개선된다고 믿는다”고 했다.
고대문화는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성원들은 자신의 주관으로 사건을 재해석한다. 독자가 당연하게 여기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도록 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엄 편집장은 “고대문화는 객관적 사실을 옮겨 적어 사실인 듯 보이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지양한다”며 “중립적 시각보다 글쓴이의 관점과 현장성을 중시한다”고 했다.
교지는 학내 소식을 비판적 시각에서 전하는 학내와 특정 주제에 관한 글을 기고하는 특집 등 7개 코너로 구성된다. 특집의 주제는 시의성을 갖춘 정치적 사건부터 사랑, 빈곤 등 문화 현상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이후 올해 5월에 발행된 154호의 특집 주제는 ‘윤석열’이었다. 해당 특집에 글을 기고한 최은희(문과대 사회23) 씨는 “에브리타임에서 집회 참여자를 비난하며 자신의 불참을 합리화하는 글에 주목했다”며 “12.3 계엄 사태가 남일로 남을 수 없는 만큼 냉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행위자여야 한다는 글을 썼다”고 밝혔다.
교지는 5주 간의 특집 세미나와 한 학기 8번 진행하는 편집회의를 거쳐 완성된다. 특집 세미나에서는 특집 주제와 개별 기사 주제를 정하고 관련 책을 읽으며 주제를 깊이 이해한다. 특집 세미나 후 화요일마다 편집회의가 진행된다. 특집 주제에 관한 신문 기사를 함께 읽는 ‘뉴스 읽기’가 끝나면 각자 써 온 기사 원고를 서로 피드백한다. 엄 편집장은 “편집회의에서는 글의 논리 흐름이 괜찮은지, 다뤄야 하는 내용을 골고루 다뤘는지 등을 확인한다”며 “장애를 주제로 한다면 이동권, 탈시설, 비장애인 중심주의 문제 등이 모두 담겨 있는지, 없다면 어떻게 글을 보완할지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편집위원회는 성원들이 자신의 관점을 숨기지 않고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엄 편집장은 “편집장 이외에는 모두가 위계 없는 편집위원으로서 서로의 글을 피드백한다”며 “필명을 허용하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고 했다.
155호 발행을 준비하는 고대문화는 고대문화만의 시선을 담기 위해 노력한다. 엄 편집장은 “현장과 동떨어진 언론으로 남고 싶지 않다”며 “기성의 시선에 부재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지면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글 | 윤지효 기자 jihyo@
사진 | 박인표 기자 inpyo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