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감과 깊이로 학내 논의 이끌길
창간 78주년 기념사
고대신문의 창간 78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캠퍼스의 시간은 빠르게 흐르지만, 기록의 시간은 묵직합니다. 1947년 창간 이후 고대신문은 변하는 시대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사실과 책임의 무게로 대학사회의 공론장을 지켜 왔습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고,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않은 기자와 구성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대학원생들은 연구비 구조의 경직성, 고용과 경력 전환의 불확실성, 생활돌봄의 부담 등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고대신문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꾸준히 싣고,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며, 변화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선을 함께 그려 왔습니다.
대학은 교수와 학생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학부생대학원생교직원교우지역사회가 함께 지식을 만들고 나누는 살아있는 생태계입니다. 고대신문은 그 사이를 잇는 다리로서 갈등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되, 대안을 향한 대화를 끝까지 견인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길은 더 복잡해질 것입니다. 학령인구 감소, 대학의 역할 재편, 기술과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 의제의 다층화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기준을 요구합니다. 이때 대학언론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속도보다 정확성, 선언보다 검증, 단발성 보도보다 후속 취재와 영향 평가. 숫자와 데이터가 필요할 때는 과감히 활용하되, 마지막 결론은 늘 사람과 현장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고대신문이 그동안 해왔듯, 누구의 편도 아니되 누구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는 균형감으로 학내 토론의 수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78주년은 100주년을 향한 예열이 아니라, 곧바로 다음 과제를 시작하는 출발선입니다.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가 고대신문을 키웠고, 고대신문의 언어가 다시 공동체를 움직여 왔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생각을 한자리에 모으고, 다름을 품되 기준을 분명히 세워 주시길 기대합니다. 다시 한번 창간 78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날카롭되 공정하게, 단단하되 따뜻하게. 고대신문이 우리 공동체의 내일을 비추는 등불로 계속 서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