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의 서재] 부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인 이유

2025-11-02     한지헌(문과대 일문24)
‘악마와 함께 춤을’, 크리스타 K. 토마슨

 

  요즘 부정적인 감정 퇴치가 유행인 듯하다. 성공한 사람의 ‘긍정적 생각 키우는 법’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명상 앱 시장 규모는 2027년에 11조 원대에 이르리라 전망된다.

  저자는 부정적 감정을 적게 느껴야 한다는 통념에 반기를 든다. 그는 오히려 우리가 분노, 질투심, 부러움, 고소함, 경멸 같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실제로 자주 분노하면 스트레스가 쌓이지는 않을까? 언뜻 들으면 저자의 주장은 익숙한 생각과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듯해 이질감이 든다. 

  하지만 저자의 말을 찬찬히 들어보면 부정적 감정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한다.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과 거리를 두는 이유는 대개 부정적 감정들이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사례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연인을 향한 분노는 다툼이나 결별로 이어지고 이웃집 차에 대한 질투가 은밀한 기물 파손으로 이어진다는 식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도 지나치면 현실 부정 등 얼마든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긍정적 감정에는 적용하지 않는 특성을 부정적 감정에만 적용하는 이중 잣대가 작용하는 셈이다. 상식과 달리 저자는 부정적 감정이 극단화될 때가 문제고 부정적 감정 자체에는 잘못이 없음을 지적한다.

  무엇보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우리에 대한 많은 진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분노는 자신의 인생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다는 (고통스러운) 깨달음을 준다. 질투는 모두가 느끼는 ‘누군가의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며 부러움은 내가 그 대상에 가치를 두기 때문에 느낀다. 어떨 때는 나보다 못하는 사람에 대한 경멸이 자신감을 되찾거나 자아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저자는 분노를 느낀다고 남 탓을 할 필요도 없고 부러움을 느낀다고 그것을 동기부여로 삼을 의무도 없다고 말한다. 즉, 부정적 감정들을 없애거나 유용하게 활용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느껴라’가 저자의 메시지다.

  철학자 니체는 “운명을 사랑하라(Amor Fati)”고 우리에게 명령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인생은 한없이 복잡하고 유동적이며 또 엉망진창이다. 그리고 이런 우리의 인생이 의미 있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부정적 감정이 꼭 필요하다.

 

한지헌(문과대 일문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