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대학가요제, 매체 변화에 적응해야 아마추어 알린다
밴드·레트로 열풍에 부활
홍보 미흡해 파급력 낮아
“숏폼·플레이리스트 활용해야”
MBC 대학가요제가 13년 만에 돌아왔다. 대학 문화의 상징이었던 대학가요제는 밴드 열풍과 신선한 음악을 향한 대중의 바람, 복고 콘텐츠의 흥행을 토대로 부활했다. 그러나 지난 26일 방송된 <2025 MBC 대학가요제-청춘을 켜다>는 시청률이 1.8%에 그치며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김제나(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방송사가 홍보 전략을 보완해야 폭넓은 관심을 바탕으로 청년을 위한 무대를 꾸준히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향력 줄다 35년 만에 폐지
대학가요제는 1970년대 검열과 대마초 파동으로 침체한 가요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가요 다수가 금지곡으로 지정되고 대마초 파동으로 주요 가수가 활동을 중단하며 가요계는 공백 상태가 됐다”며 “흥행 동력을 잃은 방송국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자 대학가요제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1977년 열린 제1회 대학가요제는 명랑한 대학 풍토 조성과 건전가요 발굴을 목표로 내세웠다.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이 평론가는 “여론 악화를 의식한 박정희 정권은 청년을 억압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대학가요제 개최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1980년대 황금기를 맞은 대학가요제는 가수 데뷔의 핵심 무대가 됐다. 서영호(고려대·학부대학) 강사는 “연예계 데뷔에 체계가 없고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흐리던 시절이라 본선에 진출하면 아마추어도 전국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대학가요제에서 입상하면 음악 방송 출연, 음반 발매 등 후속 활동 기회를 받으며 가수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1990년대 후반 연예기획사가 연습생 선발 체계를 도입하며 대학가요제의 영향력은 점차 줄었다. 김 교수는 “대성기획, SM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가 외모, 가창력, 춤 실력을 모두 갖춘 가수를 데뷔시키며 대중의 관심이 완성형 신인으로 쏠렸다”며 “신인 가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주도권도 기획사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 발달과 오디션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데뷔 경로가 다양해지며 대학가요제의 역할은 더 작아졌다. 서정민갑 음악평론가는 “<슈퍼스타K>, <K팝스타>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흥행하고 누구든 SNS로 자기 음악을 알릴 수 있게 되자 대학가요제 참가 유인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결국 대학가요제는 2012년을 끝으로 폐지됐다.
익숙한 복고와 신선한 음악의 만남
사라진 대학가요제가 10여 년 후 부활한 이유로 밴드 음악의 인기가 꼽힌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개된 페스티벌에서 밴드가 전면에 서며 대중과 가까워졌고 실리카겔, 잔나비 등 인기 밴드도 늘어났다”며 “밴드 유행을 의식한 방송사가 과거 많은 밴드의 등용문이었던 대학가요제를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복고 콘텐츠가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으며 대학가요제가 소환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샘이 음악평론가는 “추억 소환 콘텐츠가 꾸준히 인기를 끄는 만큼 부모 세대에겐 그리운 추억, 청년 세대에겐 새로운 포맷인 대학가요제는 방송사가 호출하기 쉬운 카드”라고 말했다.
방송사가 참신한 음악을 발굴해 대중의 이목을 끌고자 했다는 의견도 있다. 미묘 음악평론가는 “대중이 획일적인 가요 제작 공식에 피로감을 느끼는 만큼 새로운 음악을 향한 호기심도 크다”며 “아마추어지만 실력 있는 대학생의 창작곡은 신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평론가도 “대학가요제는 상업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신인의 자작곡이 발표되는 대안적 창구로서 차별화된 매력을 지닌다”고 했다.
“파생 콘텐츠로 화제성 잡아야”
부활한 대학가요제는 명성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신 평론가는 “TV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한 데다 오랜 공백 뒤 첫 방송인 만큼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프로그램의 주연인 대학생 참가자가 주목받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서 강사는 “방영 후 최대 화제가 故 신해철의 자녀가 참여한 ‘그대에게’ 헌정 무대였기에 내년 대학가요제의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선 방송 전후 적극적인 홍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신 평론가는 “방송 직후 주요 장면을 담은 숏폼을 업로드하고 경연곡 음원을 발매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등 연관 콘텐츠 확산을 유도했어야 한다”며 “SNS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연계 콘텐츠를 제공하면 대중은 자연스럽게 공식 콘텐츠로 유입된다”고 했다.
TV 시청자가 줄어든 만큼 깊이 있는 프로그램 기획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연 1회 본방송에 의존하는 과거 방식을 그대로 따라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대중이 몰입할 수 있도록 예선, 합주, 멘토링 등 본선 준비 과정을 담은 OTT 시리즈를 방송 전에 공개하는 단계적 편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학가요제가 연례행사로 정착한다면 아마추어 가수가 대중 앞에 설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미묘 평론가는 “대학가요제는 스타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아마추어가 대중에 자기 이야기를 전하는 기회”라며 “아마추어 경연을 유지할 수 있는 방송사가 꾸준히 나서야 한다”고 했다.
글 | 박병성 기자 bspark@
이미지출처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