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을 읽고] 비슷한 듯 다른 위치에서

2029호(2025년 11월 3일자)

2025-11-09     이동훈 대학신문 취재부장

  대학신문에 입사한 뒤 줄곧 취재부에서 일해 왔기에, 고대신문 2029호의 지면 중에서도 학내 사안 보도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갔다. 1면 톱에 실린 학생회관 리모델링 기사는 단지 리모델링에 관한 정보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새로 붙은 건물명을 둘러싼 논쟁도 함께 담았다. 학생 자치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회관 건물에 기업명이 붙는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찰나, 고려대 학내에서는 어떤 의견이 오가는지를 알게 됐다. 다만, 어쩌면 가장 힘 있게 실려야 했을 총학생회의 의견은 담기지 않은 점이 다소 아쉽다.

  취재부에서 일하며 가장 경계하려 노력했던 것은 기사 소재의 연성화였다. 비판의 날을 날카롭게 세운 소재를 다채롭게 발굴하기에는 인력도 시간도 부족하기에, 행사 스케치나 연성 소재로 지면을 ‘땜빵’하려는 유혹에 넘어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고대신문 취재부 역시 비슷한 애환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그 덕인지, 지난 2029호 지면 곳곳에서는 편집국의 과감한 결단이 느껴진다. 총학생회 공약 이행을 점검하는 기사, 여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집담회 기사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동아리연합회 축제 스케치에는 비교적 적은 지면을 할애했다. 매번 반복되는 행사 기사의 비중은 과감히 줄이고, 학보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를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8면에 실린 ‘각양각색 학내 언론’ 기사도 눈길을 끈다. 서울대에도 학보사인 대학신문 외에 많은 학생 자치언론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그들과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던 점이 늘 아쉬웠다. 특집 기사를 계기로 여러 학내 언론 간 활발한 교류와 친목 도모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필자가 학보사 기자라는 동질감에 기대 이 글을 적듯, 여러 학내 언론과의 동료 정신을 바탕으로 한 교류와 비판을 통해 함께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1면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하단 광고를 빼고 지면의 반을 사진들로 채웠다. 지금까지 고대신문의 창간기념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 호 ‘고대신문을 읽고’에서 언급된 파격을 고민한 것일까. 모쪼록 앞으로도 다채로운 시도로 시대정신을 잘 녹여내 주기를 바란다.

 

이동훈 대학신문 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