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이특파원] 싱가포르만의 영어 ‘싱글리시’

호랭이특파원은 외국에 체류하는 고대생이 현지의 시사·문화를 일상과 연관지어 쓰는 코너입니다.

2025-11-09     김윤진(미디어대 미디어23)

  고려대에서 2년 동안 밴드 동아리를 했던 나는 교환학생도 환대하는 분위기 덕에 싱가포르에서도 기숙사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밴드 친구들과 싱가포르의 중심지인 마리나 베이에서 열린 록 페스티벌에 갔다. 말레이계, 중국계 싱가포르 친구와 한국 밴드 공연을 본 후 무슬림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피자 가게에서 저녁을 먹었다. 모두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우리는 영어와 짧은 일본어를 섞어가면서 대화했다. 한 명이 이 사실을 짚자 다들 이 광경이 참 싱가포르 같다며 웃었다. 문화적 다양성이 싱가포르의 가장 큰 특징이기에 다른 나라에서 유래하지 않은, 싱가포르만의 고유한 문화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하나 찾아보자면 ‘싱글리시(singlish)’를 꼽을 수 있다. 싱글리시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쓰는 특유의 악센트와 어휘를 포함하는 영어 방언을 통칭한다. 영어 말하기는 몰라도 듣기는 자신 있었던 나지만 교환학생 파견 초기에는 현지 친구들의 말을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다시 말해달라는 의미로 ‘왓(what)’을 입에 달고 살았다. 수업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교환학생을 챙겨 주기 위해 수업 중간에 교수님이 “니드 헬프(need help)”하고 말을 거셨지만 ‘니하오(ni hao)’로 잘못 알아들어서 인종차별적 표현인 줄 알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싱글리시는 악센트뿐만 아니라 쓰는 단어도 한국에서 배우는 영어와 다르다. 문장 또는 단어 끝에 ‘-lah’, ‘-ah’, ‘yah’ 등의 추임새가 자주 붙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예를 들어 ‘can lah’의 경우 ‘당연히 가능하지’ 정도의 뜻이다. 어떤 추임새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 매우 다양한 표현이 나타난다. 말레이, 중국, 인도계 등 문화적 배경과 무관하게 싱가포르 사람들은 모두 싱글리시를 사용한다. 싱글리시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으면서 단어의 뉘앙스 차이 설명에 난관을 겪는 밴드 동아리 친구들의 모습이 제법 귀엽다.

 

김윤진(미디어대 미디어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