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 사라진 10시간을 찾아서

‘취중진담(取中眞談)’은 고대신문 취재기자가 취재 후 진솔한 생각을 적어내는 코너입니다.

2025-11-09     홍예원 기자
홍예원 기자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회의 …. 취재를 위해 고대신문 기자들은 프레스증을 목에 걸고 각종 대표자 회의를 따라다닌다. 고대신문 2024호에서 다룬 고연전 좌석 배정 회의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회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저녁에 시작해 다음 날 아침에 끝나는 이 회의는 매년 크고 작은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올해도 여느 해처럼 직접 기자들이 회의에 참관한 뒤 기사를 쓸 예정이었다.

  그런데 회의 이틀 전에 총학생회 차원에서 모든 단체의 참관을 불허하고 속기록·회의록도 공개하지 않겠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기사를 내기 위해서는 문이 닫힌 10시간 동안의 회의 내용을 알아내야 했다. 회의 참여자 명단도 없었지만 막막해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회의에 참석했을 것이라 예상되는 대표자 35명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그중 9명의 대표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자료를 모으자 비로소 회의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일부 대표자는 회의 내부 자료나 녹음본 일부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 기록을 통해 들여다본 좌석 배정 회의에선 “우리가 내는 등록금이 어마어마하다”, “하나 되는 고연전을 꿈꾼다면 권리를 요구하기 전에 책임부터 다하라”는 발언이 오갔다. 날 선 발언에 반대를 위한 반대가 이어지며 논의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정작 무겁게 다뤄져야 할 절차상의 형평성 문제나 부당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회의 진행의 원활함’이라는 명목으로 축소됐다. 안건의 두 선택지 중 하나가 되는 그 목소리는 다수결의 원칙에 아래 지워진다.

  자신이 대표하는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의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무례와 혐오까지도 의무의 연장선으로 봐야 할까. 고연전 좌석 배정 회의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대표’는 누군가를 대신해 말하는 무게를 감당하는 이름이다. 학과부터 총학생회에 이르기까지, 대표자는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모은다는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학생사회를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는 늘 의문이 남는다.

  ‘학생사회는 감투 놀이’라는 비판은 학생사회를 지켜보는 기자로서도, 그리고 잠시 학생사회에 몸담았던 입장에서도 안타깝다. 하지만 그런 비판에 “노력을 몰라준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보다는 원인을 들여다보길 바란다. 비공개된 회의를 추적하며 사라진 10시간의 흔적은 찾았지만, 진짜 사라진 것은 기록이 아닌 공론장의 의미였다. 그 시간이 온전히 건설적인 공론의 시간이었는지 스스로 되물을 때 사라진 10시간의 의미도 비로소 드러날 것이다.

 

홍예원 기자 esot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