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 새긴 서울캠퍼스의 열두 달
곽한울(조형학부 07학번) 작가 인터뷰
추상화로 표현하는 내면세계
석조 양식·계절감 부각한 그림
고려대 출판문화원(원장=지영래 교수)은 그간 학교 풍경 사진을 넣어 달력을 발행했지만 내년 달력에는 곽한울(조형학부 07학번) 작가의 그림이 담긴다. 곽 작가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학교 건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일상 속 경험, 기억, 강박 등 제 내면세계에서 영감을 얻어 추상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미술을 시작하기 전에는 디스플레이 하드웨어를 제작했습니다. 하드웨어를 제작하던 중 고려대 법대를 나오신 분이 삼성전자의 독일 모바일 쇼에 출품할 하드웨어를 디자인해달라고 의뢰하셨어요. 그때 무언가를 만들고 디자인하는 것에 흥미가 생겼죠. 그래서 27살에 조형학부에 입학해 대학원까지 다녔어요. 공부해 보니 디자인보다는 순수 미술에 더 큰 재미를 느껴 순수 미술을 세부 전공했습니다.”
- 달력 삽화를 그린 계기는
“지금껏 고려대 달력에는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이나 캠퍼스 건물을 촬영한 사진이 들어갔습니다. 올해는 총장님과 출판문화원에서 기존과 다르게 그림으로 달력을 만들고 싶어 하셨어요. 여러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하시던 중 제가 학부생 시절 그린 서관 뒤편 모습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하셨죠.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감성적인 분위기를 달력에 그려달라는 의뢰를 받고 달력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 피사체로 학교 건물을 선택했다
“고려대 캠퍼스를 떠올리면 주변에서 보기 어려운 석조건물이 먼저 생각나요. 직관적인 상징물인 만큼 다수 그리기로 했죠. 캠퍼스에 방문해 건물 사진을 찍고 그림으로 완성하기까지 11개월이 걸렸어요. 보통 달력 삽화 작업은 4~5개월이 걸리지만 한 그림을 여러 재료로 3번 정도 그려보며 재료를 고민하다 보니 시간이 걸렸죠. 수채화는 시간이 지나면 그림이 옅어지고 묵화는 색감 표현에 한계가 있어 표현의 폭이 넓은 유화를 골랐습니다.”
- 무엇에 중점을 두고 건물을 그렸나
“변화해 온 건물의 의미와 계절감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을 추구했습니다. 개교한 지 120년이 지나며 건물도 변하고 건물을 바라보는 사람도 달라졌어요. 50년 전에 학교를 다닌 사람과 2007년에 학교를 다닌 저, 현재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학교 건물에 부여하는 의미는 제각각이죠. 다양한 의미를 그림에 담으려 교수님들과 여러 차례 회의하며 공간감과 색감을 조정했습니다.
그리고 월별 삽화인 만큼 계절감을 살리려 노력했어요. 사진에는 계절감이 분명히 드러나지만 그림은 보는 사람마다 다른 계절감을 느끼죠. 사계절의 뚜렷한 구분에 집중해 달력에 담았습니다.”
글 | 윤지효 기자 jihyo@
사진 | 배은준 기자 agbae@
이미지제공 | 곽한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