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생물 찾아 다채로운 양조 돕는다
김도형 바이오크래프트 대표 인터뷰
당 발효해 알코올 만드는 효모
국산화로 수입 의존 줄여
“한국의 미생물 수출하고파”
효모는 발효식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미생물이다. 술을 발효할 때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워 양조용 효모의 약 99%를 수입해 왔다. 바이오크래프트는 생물학, 발효공학 등을 전공한 연구자 4인이 2020년 공동 창업한 효모 전문 기업으로 양조용 효모를 개발, 연구해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 고려대에서 발효 및 대사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도형 바이오크래프트 대표는 여러 양조장과 협업해 국내 양조 산업의 자립을 돕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기능성 미생물을 꾸준히 발굴해 세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배우며 미생물의 광범위한 쓰임새에 흥미를 느꼈어요. 맥주 양조사셨던 아버지가 집에서 술을 자주 만들어 드신 덕에 자연스레 술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죠. 꾸준히 미생물 발효 연구를 하며 박사 과정을 밟던 중 한 교수님과의 술자리에서 한국이 양조용 효모의 전량을 수입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학부 실험실에서 매일 효모 배양을 하는데 왜 효모를 만드는 사람은 없지?’하는 의문에 자료 조사를해 보니 수입률이 99.5%였죠. 약 80개의 수제 맥주 기업에 직접 연락해 효모 수요가 높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국내에서 효모를 발굴하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창업을 본격 준비하던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효모 수입이 어려워지며 국산화 필요성이 더 커졌죠.”
- 양조에서 효모의 역할은
“양조에는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시아’라는 효모가 주로 쓰이는데, 원료에서 나온 당분을 발효하며 알코올과 이산화탄소 등의 물질을 생성하므로 술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해요. 대부분의 전통주 발효제인 누룩은 약 90%의 곰팡이와 함께 10%의 효모로 구성돼요. 곰팡이는 쌀을 작은 분자로 분해하는 당화 작용을 하고 효모는 분해된 당분을 발효하죠. 누룩만으로도 충분히 술을 만들 수 있지만 효모의 종류나 향이 한정적이라 다채로운 향미를 내긴 어려워요. 누룩에 많은 미생물도 섞여 있다 보니 발효할 때마다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기도 힘들죠.
효모를 더하면 원하는 향을 내면서도 균일한 제품을 만들 수 있고 발효 기간도 확 줄어요. 요즘 소비자들은 당도 높은 술을 찾기 때문에 조금만 발효해도 당분을 많이 남기고 향미와 도수를 유지하는 효모가 양조가 사이에서 인기입니다.”
- 전통주에 맥주 효모를 활용할 수 있나
“막걸리는 쌀을, 맥주는 보리를 발효해 만드는데 쌀 안에는 프럭토스나 글루코즈, 보리는 말토우즈라는 당분이 각각 들어 있어요. 당분 조성이 다른 만큼 각 당분을 잘 발효하는 효모를 사용해야 하죠. 다만 쌀의 당분은 웬만한 효모로 잘 발효되지만 보리의 당분은 효모가 다른 성분을 먼저 분해한 뒤에 취할 수 있어서 발효가 비교적 어려워요. 따라서 맥주 효모로 막걸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막걸리 효모로 맥주를 만들긴 어렵죠.”
- 양조용 미생물은 어떻게 찾나
“주로 지역별 누룩을 모아 그 속의 미생물을 분석하며 찾아요. 누룩을 *배지에 옮겨 누룩으로부터 단일 미생물을 분리하고 미생물이 어떤 종류인지 식별하며 효모의 존재를 확인하죠. 효모가 나오면 맥주를 흉내 낸 액체에 하나씩 넣어 발효시키고 대사 과정 중에 나오는 알코올, 이산화탄소 등의 물질을 분석해요. 원하는 특성이 어느 정도 추려지면 전직 양조사인 회사의 연구원들과 함께 술을 만들어 봅니다. 산이나 과수원에서 샘플을 얻기도 하는데요. 당을 알코올로 전환하는 미생물이 많은 꽃이나 과일로부터 효모를 채취합니다.”
- 바이오크래프트의 목표는
“저희는 양조용 효모만을 다루는 회사로 출발했지만 근본은 종균 회사입니다. 국내 점유율을 높이며 국내 자생 미생물을 수출해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죠. 우리나라는 국토 크기에 비해 매우 다양한 미생물이 서식해요. 사계절 구분이 명확하면 식생 분포가 다양하기에 좋은 미생물이 자랄 수 있죠. 국내에는 아직 효모 산업이 발달하지 않아 양조용 효모 외에도 수입하는 미생물이 많아요. 예를 들면 숙취 해소 효과가 있는 글루타치온이나 유산균인 프로바이오틱스도 대부분 외국 균주를 가져오거든요. 앞으로는 기능성 미생물을 국산화하는 연구를 차근차근 사업화하려 해요. 최근엔 음식물 쓰레기 같은 유기성 폐기물, 축산 악취처럼 환경 유해 물질을 줄이는 미생물을 찾아 기능성 원료를 개발하고 있죠. 자연에 사는 새로운 미생물을 발견해 쓰임새를 찾는 일을 지속하려 합니다.”
*배지: 균, 미생물 등을 기르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하는 물질로 세포 배양 시 사용.
글 | 정혜린 기획2부장 byye@
사진 | 이경원 기자 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