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의 서재] <제너레이션 킬>만이 담아내는 것

2025-11-16     사이먼 스테파니우크(Simon Stepaniuk, 국제대 국제23)
‘Generation Kill’, 에반 라이트

  <Generation Kill>을 읽고 나면 잔상이 오래 남는다. 영웅담이나 영화적 전쟁 미학과는 거리가 먼,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다. 마치 전쟁처럼 이 책은 불편하고 논쟁적이며 때로는 추하다. 저자는 전쟁을 미화하지도, 반대로 단죄하지도 않는다. 단지 기자로서 자신이 목격한 전쟁의 현장을 독자가 함께 마주하도록 내버려둘 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라이트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다. 대부분의 기자는 안전지대에서 브리핑을 듣거나 검열된 정보를 전해 받는다. 그러나 라이트는 해병대 정찰대 차량에 올라탔다. 헬멧을 쓰고 눈을 부릅뜬 채 모든 것을 기록하면서. 지금의 전쟁은 유튜브 영상, 드론, 스마트폰, 고프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비된다. 그 영상들은 즉각적이고 혼란스럽지만 <Generation Kill>만큼 생생하지 않다. 활판 인쇄술이 라디오에 의해 사라지지 않았듯 이 책은 여전히 맥락과 인간을 중심에 둔 완결된 서사를 보여준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군사 용어의 밀도다. 이 책은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다. 해병대 부대 체계, 군사 속어, 무기 체계, 전술 용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쉽게 읽을 수 없다. 그러나 바로 그 불친절이 책의 진정성을 만든다. 그리고 그 속에는 독특한 유머가 깔려 있다. 그것은 웃기기 위한 유머가 아니라 정신을 붙들기 위한 마지막 생존 기제다. 병사들의 대화 분위기는 전쟁터보다 대학 기숙사에서의 대화처럼 들리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가장 날것의 도덕적 통찰이 튀어나온다. 

  결국 <Generation Kill>은 총성이 울리기 전의 정적과 긴장감 속에서 들리는 인간의 목소리를 포착한다. 역사를 기록하는 자가 아닌 그 역사를 ‘살아낸’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책은 독자에게 묻는다. 진정한 보도란 무엇인가? 즉각적인 화제나 자극이 아니라, 고통스럽도록 가까이 다가가 오래 머물며 이해하려는 시도, 그 이해를 독자가 스스로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저널리즘의 힘임을.

 

사이먼 스테파니우크(Simon Stepaniuk, 국제대 국제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