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퍼주기’라도 좋으니 지역 회복을

‘수레바퀴’는 고대신문 데스크가 씁니다.

2025-11-16     이승진 미디어부장
이승진 미디어부장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예산을 정부가 편성한 1703억 원에서 3400억 원으로 2배가량 증액한 내년도 예산 심사안을 13일 의결했다. 시범사업 대상 지역 주민은 내년부터 2년 동안 매달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받게 된다.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에는 벌써 전입이 늘고 있다. 사업지로 선정된 전남 신안군은 전입이 급증해 애초 계획된 사업비 안에서는 대상자를 한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고, 경남 남해군도 사업지로 선정된 10월 전입인구가 9월 대비 357명(131%)이나 급증해 2007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위장 전입을 우려할 수 있겠지만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결국 해당 지역 안에서의 단기 소비는 늘 것이다.

  ‘기본소득’이라는 말만 꺼내면 반사적으로 ‘포퓰리즘’이라는 반응이 돌아오곤 한다. 이런 거부감은 하나의 고정관념이다. 하지만 잘 설계된 기본소득은 지역 경제의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릴 유력한 후보다. 1년 반 만에 실질 GDP 성장률이 1%대를 회복한 데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영향이 컸다. 핵심은 재정이 직접 가계의 지갑을 두드려 소비를 늘리고, 그 소비 증가가 내수를 끌어 올린 것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이 원리를 특정 농어촌 지역에 집중 적용하는 실험이다. ‘지방 선거용 퍼주기’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이미 지방 소멸의 위기가 고착된 상황에서 지역에 활기를 다시금 불어넣을 수만 있다면 어떤 정책이든 써야 한다. 물론 농어촌 기본소득만으로 지방 소멸 위기가 전부 해소되진 않겠지만 지역을 살리기 위한 과감한 변화의 물꼬를 트기에는 충분하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가져올 성과와 함께 이번 사업으로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이라는 고정관념을 실증적 데이터로 깨뜨릴 수 있다. 전입 인구 증가와 지역 소비 활성화라는 성과가 쌓여 보다 과감한 경제·사회정책이 논의되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세심하게 설계된 제한적 기본소득이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면 앞으로 더욱 실질적인 지역 정책이 ‘퍼주기’라는 편견 없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이승진 미디어부장 twopr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