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횡단] 양자역학 전문 국회의원의 조언

‘종단횡단’은 고대신문 정기자가 씁니다.

2025-11-16     백하빈 기자
백하빈 기자

  AI 다음은 양자 기술이 대세라길래 물리학 복수전공을 고민하는 중이다. 일단 알아보는 차원에서 물리학과의 전공과목 중 양자역학 도입부 격인 과목 하나를 이번 학기에 수강신청했다. 학점 짜기로 소문난 학과의 어려운 과목답게 매주 나오는 과제 하나 해결하기 쉽지 않다. 결국 지난달 중간고사에서 평균에 못 미친 점수를 받았다. 범위가 워낙 다양하고 방대한 탓인지 성적 분포를 보면 정원 3할이 30점대 아래에 몰렸다. 

  고전하는 나와 수강생들은 한 국회의원의 말대로 공부 방법을 바꿔보면 어떨까.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은 14일 소셜미디어에 “양자역학은 이해하려 하지 말고 실험 결과를 그냥 받아들여라. 수식은 대충 넘어가고 그냥 반복해 외우라”고 썼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예식장에서 딸 결혼식을 울려 논란을 일으켰다. 여기에 “밤새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신경쓰지 못했다”고 해명해 재차 물의를 빚었다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더 신중히 일을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그런데 보름 만에 양자역학 발언을 다시 꺼내 훈수를 뒀다. 

  수식을 쓰지 않고도 문제의 답을 구하는 비법을 알아낸 건 용하지만 발언 자체가 낯 두껍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업인을 불러 망신 주고 고위공직자에게 윽박지르는 등 국회가 권력을 행사하는 국정감사 시기에 결혼식장을 대기업, 정부 기관, 언론사 수장들이 보낸 화환들로 메우고 축의금을 받아냈다. “양자역학 공부하느라 못 챙겼다”고 경위를 밝혀 불난 집에 부채질하더니 이젠 양자역학 공부법을 조언하며 농담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결혼식과 출판기념회를 빙자한 수금 활동은 수년 전부터 지적됐지만 이번에도 당사자의 태도를 보면 해프닝으로만 귀결되는 모양새다. 

  소속 정당은 국정감사가 끝난 후 다른 건과 엮어 책임을 묻겠다고 잠시 수습했지만 결국 별다른 처신이 이뤄지지 않았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소셜미디어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성경 요한복음 구절을 인용하면서 “최 위원장이 축의금을 돌려줬으면 됐지 않았느냐”고 썼다. 아직 물리학 전공생이 아니라 최 위원장의 조언이 정론인지 가리진 못했지만 모태신앙인으로서 보기에 박 대변인의 인용은 확실히 잘못됐다. 사안의 경중은 검증하기도 어려운 축의금 반환이 아니라 공적 책임을 다하라는 데 있고 돌을 던지는 행위는 이러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백하빈 기자 hpa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