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만족의 의미
‘냉전’(冷箭)은 숨어서 쏘는 화살이란 뜻으로 고대신문 동인이 씁니다.
졸업한 지 어언 8년. 30대 중반에 들어선 요즘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는 대화 주제는 바로 ‘부동산’이다. 올해 초부터 실물 경기와는 다르게 서울 주요 지역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작년 6월 97.7에서 올해 9월 101.5로 상승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마포·성동 등을 중심으로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대출 제한을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거래량은 주춤한 모습이나 앞으로 집값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잔존한 모습이다. 특히 강남 아파트값은 계속해서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변 지인들의 대응은 각자의 상황과 선택에 따라 다양하다. 연초부터 대출 규제를 예상하고 소위 ‘영혼까지 끌어모아’ 서울에 한 채를 마련한 친구부터, 서울 살기를 포기하고 교외에 터전을 마련한 친구, 관망하다가 대출 규제가 나와 후회하고 있는 친구까지 다양하다. 한 가지 공통점은 그들 중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중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사서 높은 원리금을 감당하고 있는 친구는 서울 살기를 포기하고 외곽지에서 자유롭게 소비하며 삶을 즐기고 있는 친구를 부러워하고, 외곽지로 내려간 친구는 서울에 집이 있는 친구를 부러워한다.
이를 보며, 개인이 어찌 할 수 없는 거시적인 부동산 대책이나, 집값의 향방과 무관하게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는 보통 가지지 못한 것들을 평생 부러워하고 추구하며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을, 대학 때는 좋은 직장을, 직장에서는 더 높은 승진이나 서울 집 등을 원한다.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의 만족감은 잠시일 뿐, 곧 더 좋은 것을 가지려 한다. 서울에 집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더 비싼 상급지로 갈아타려고 아등바등하는 사람이 많다.
석가모니는 유교 경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자신에 대해 만족하라’는 오유지족(吾唯知足)의 삶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오유지족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가 바로 진정한 의미의 부자가 아닐까 싶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허덕거리며 살아온 나로서는 30대 중반의 기로에서 만족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과연 어떠한 삶인지, 내가 욕망하는 것이 타자의 욕망을 내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고민해 볼 시점이다. 또한 타인과 비교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가진 것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할 것이다.
<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