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역량 키우려 탐정학 공부하는 전문가들
대학원 탐정 과정 수료생 간담회
여러 업종과 맞닿은 탐정업
“전문성 갖춘 특화 탐정 되고파”
탐정은 개인 간 분쟁을 해결하거나 기업의 평판을 분석하고 산업 스파이를 색출하는 등 전문적인 조사로 공권력이 닿기 어려운 빈틈을 채운다. 김영복 조은친구김박사 대표, 서정훈 롯데테크 경영기획부문장, 이상정 스타 법무법인 변호사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 조사 역량을 녹여내고자 탐정학을 배웠다.
- 탐정학을 공부한 계기는
김영복 | “20년 넘게 태권도 사범으로 일하며 제자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하다 보니 청소년 범죄가 심각하다는 걸 느꼈어요. 한 번은 중학생 제자가 학교폭력에 가담하다 선배들의 권유로 마약 운반책 역할을 했다는 걸 들었죠. 제자와의 대화 끝에 사건을 수사기관에 알리기로 하고 증거를 수집하려 민간조사를 수행했어요. 이후에도 암암리에 발생하는 청소년 범죄를 조사해 학생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지도자가 되고자 가톨릭대 행정대학원에서 탐정학을 전공했습니다.”
서정훈 | “어려서부터 <셜록 홈스>와 <괴도 뤼팽> 등 탐정소설을 읽으며 탐정에 대한 로망이 생겼어요. 성인이 된 후 기업 대관 업무 중 검찰, 경찰을 만날 일이 생기며 탐정 업계 이야기를 많이 접했죠. 국내 탐정의 활동 범위와 민간조사 방법에 호기심이 쌓였고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동국대 법무대학원에서 PIA탐정 최고위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이상정 | “이혼 소송 과정에서 아내 측이 불륜 증거 확보를 의뢰했는데 탐정이 남편 측에 의뢰 사실을 알리고 돈을 받아 의뢰를 종결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내 측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탐정으로부터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답을 받았죠. 이처럼 대부분 탐정사무소는 비용을 선지급 받기에 의뢰인은 돈을 내고도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변호사로서 불법 운영되는 탐정 업체를 선별해 의뢰인이 사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탐정의 활동 및 조사 방식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동국대 법무대학원에서 PIA탐정 최고위과정을 수료했죠.”
- 기억에 남는 탐정학 수업은
서정훈 | “산업 스파이 조사 수업에서 들은 현직 탐정의 여러 의뢰 사례가 기억에 남아요. 한 직원이 산업 스파이 같다는 의뢰가 들어와 회사 주변에서 잠복하고 그를 공항까지 쫓아 경찰에 넘겼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탐정의 실제 업무 과정을 생생히 이해할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이상정 | “여러 사례로 탐정 제도의 필요성을 이해한 탐정 제도 및 관련 법령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일례로 성인 자녀가 실종됐는데 경찰은 뚜렷한 범죄 징후나 자살 신호가 없다는 이유로 즉각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죠. 불안에 떨던 부모가 사설탐정을 고용해 자녀를 찾으려 했는데 피시방에서 허무하게 발견했어요. 부족한 인력과 공무 범위가 명확한 수사기관의 한계를 보완하면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탐정의 조사 범위와 권한을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느꼈죠.”
- 탐정학을 어떻게 활용하나
김영복 | “무차별희망살포단이라는 봉사단체에서 상담 활동을 하며 세상엔 숨겨진 범죄가 너무 많고 이런 사각지대야말로 탐정만이 구제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죠. 예컨대 청년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피해 사실이 수치스러워 자녀나 수사기관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신 할머니를 상담하며 수사기관과 상담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했어요. 말벗 역할과 일손 돕기를 명목으로 접근한 청년에게 돈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한 할아버지를 위해서는 증거를 수집해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도록 도왔죠. 사회에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어르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호업에 종사한 경험을 살려 범죄 연구 및 상담 기관을 설립했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싶어요.”
서정훈 | “기업에 오래 몸담은 직장인으로서 기업 탐정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기업 탐정은 흔히 기업 부패 사건·사고, 산업스파이, 기업 평판 조사 등의 업무를 맡습니다. 특히 A회사가 B회사를 인수합병하고자 할 때, B회사로서는 회사의 리스크를 숨기고 성과를 부각하려 하기 때문에 기업의 객관적 실체를 면밀히 파악하려면 전문 조사 능력을 갖춘 탐정이 평판 조사도 수행해야 하죠. 지금은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은퇴 후에는 탐정사무소를 차려 오랜 기업 생활의 비결을 발휘하는 탐정이 되고자 합니다.”
글 | 김정린 기자 joring@
사진 | 최주혜·박인표 기자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