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를 외치다
요즘 청년은 자신만의 개성 표출을 주저하곤 한다. 주어진 것을 처리하기에도 바쁜 매일을 쉴 틈 없이 달리다 보면 본연의 나를 표현하기 쉽지 않다. 몰개성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도 기어코 자신의 자아와 취향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 ‘나’를 외친 그들의 자기표현을 들여다봤다.
고려대 게시판에는 동아리 홍보 포스터부터 행사 안내문, 본인의 이름을 내건 대자보 등이 붙어 있다. 게시판은 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장이자 개성이 드러나는 포스터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특히 대자보에는 교내외 여러 사안에 대한 학생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중앙 학술 동아리 TIME은 매주 시사 주간 잡지 TIME을 읽고 발제한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다. 지난 5일 토론의 주제는 ‘로봇과 AI에 의한 자동화 시대에서 사회는 로봇세를 도입해야 하는가’였다. 찬반으로 나뉜 학생들이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언하는 토론의 장이 열렸다.
회장 홍재현(과기대 전기융합19) 씨는 “단순 의견 피력을 넘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재정립하는 게 토론의 매력”이라고 했다. 토론에 참여한 부원 김선재(글비대 글로벌경영21) 씨는 “토론 하며 생각의 폭을 넓히고 설득하는 말하기를 연습하는 과정이 뜻깊다”고 했다.
사회 현안의 해결을 촉구하며 발 벗고 나서는 이들이 있다. 11월 15일, ‘허울뿐인 휴전 집단학살 중단하라’는 슬로건을 내건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됐다. 행사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연설과 행진으로 이뤄졌다. 집회에 참여한 최종현(사범대 지교20) 씨는 “다양한 국적과 정체성을 지닌 구성원이 연대하고 있다”며 “현실의 참상과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꾸려는 많은 목소리와 실천이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열린 스트릿 댄스 페스티벌 ‘2025 그루브 인 관악’에서는 여러 장르의 스트릿 댄서가 참가한 토너먼트 배틀이 펼쳐졌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왁킹 댄서 이윤지(여·28) 씨는 “프리스타일 댄스 행사가 시민과 댄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돼 뜻깊다”며 “춤은 인생을 주체적으로 끌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자신의 취향이 한껏 묻어나는 의상과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 포즈는 곧 하나의 자기표현이 된다. 11월 14일부터 3일간 열린 국제 게임 전시회 G-STAR 2025에서는 코스프레를 즐기는 수많은 코스어가 모여 현장을 달궜다.
활동명을 지어 활동하는 문화도 하나의 개성이 된다. 닉네임 ‘세빛’으로 활동하는 윤세희(여·19) 양은 좋아하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선수인 페이커가 자주 사용하는 챔피언 아리를 코스프레했다. 윤 양은 “좋아하는 캐릭터로 변신하니 자신감이 생기고 호응도 받아 뿌듯하다”고 했다.
직접 지은 가사에는 본인의 이야기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고려대 중앙흑인음악 동아리 TERRA의 음악으로 그들의 개성을 엿볼 수 있다. TERRA는 지난 20일 신촌에서 열린 서울 북부 지역 흑인음악 동아리의 컴피티션 행사 ‘NO MINORS’에 참가했다. 광운대, 서울과학기술대의 흑인음악 동아리도 참가해 공연장이 열기로 가득 찼다.
회장 서인범(문과대 영문24) 씨는 “진심이 담긴 가사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은 항상 기쁘고 설렌다”며 “흔한 소재라도 항상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담아내자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했다.
요즘은 일반인도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 숏폼으로 개성을 드러낸다. 정가현(사범대 교육23) 씨는 교육학과 학생들과 함께 ‘릴식스’라는 팀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릴식스는 야구, 댄스, 유행하는 챌린지 등 구성원의 관심사와 정체성이 담긴 릴스를 게시하고 있다. 정 씨는 “가장 빛나고 즐거울 때를 기록물로 남기려 시작한 릴스 제작이 큰 관심을 받아 놀랍다”며 “소소한 일상을 재밌는 영상으로 오래도록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다인(문스대 문화콘텐츠24) 씨는 바디아트의 일종인 헤나(Henna)를 받았다. 왼쪽 팔에 장미 문양이 생긴 박 씨는 “몸에 의미 있는 그림을 남기며 나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며 “헤나는 일시적이라 그때의 감정이나 기분을 드러내기 좋다”고 했다.
15년째 헤나 작업을 하고 있는 김민아(여·38) 씨도 헤나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김 씨는 “퇴사 기념으로 얼굴에 헤나를 받으러 온 손님도 있었다”며 “헤나는 중요한 자기표현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경원‧최주혜 기자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