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자동화의 역설

‘수레바퀴’는 고대신문 데스크가 씁니다.

2025-11-23     김준희 사진부장
김준희 사진부장

  지난 19일, 단체 카톡방에 메시지 한 통이 왔다. ‘붕어빵 줍기 성공하면 5천 원 준대, 이 돈으로 붕어빵 사 먹자!’ 잊을 만하면 도착하는 토스의 리워드 이벤트 메시지였다. 문구만 보면 솔깃했지만 정작 클릭할 의지는 들지 않았다. 이 돈을 받으려면 결국 친구 수십 명에게 링크를 돌려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진행된 ‘꽃돼지 밥 주기’ 이벤트는 더 노골적이었다. 가상의 저금통에 저금하면 동일 금액을 포인트로 돌려주는 구조였으나 다른 사람들에게 링크를 공유해 그들이 링크를 눌러야만 저금액이 채워졌다. 홍보 문구로 내세운 ‘친구 초대하면 1만 원 지급’도 실제론 30명 이상에게 링크를 보내야 겨우 충족되는 조건이었다. 

  이런 이벤트는 겉으로는 재밌게 돈을 벌 수 있는 놀이처럼 포장된다. 특히 2030세대에게는 손쉬운 용돈벌이로 느껴진다. 하지만 본질은 소비자가 소비자를 데려오는 구조, 즉 기업이 비용 부담을 줄이고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모객(募客) 자동화라고 할 수 있다. 다단계와 유사한 방식이며 기업이 의도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리워드 획득 도구’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더 문제다.

  비슷한 현상은 AI 기반 콘텐츠 자동화에서도 일어난다. 자동화로 콘텐츠를 대량 생산해 수익을 냈다고 자랑하는 영상은 기술이 곧 수익을 보장하는 것처럼 말한다. 자동화 과정에서 콘텐츠는 조회수와 수익만을 목표로 해 정보의 질은 뒷전이 된다. 이는 토스 이벤트가 관계를 자원처럼 소비하며 모객을 자동화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플랫폼에는 비슷비슷한 저품질 콘텐츠가 쌓이고 이용자는 양질의 정보를 찾아 플랫폼을 떠난다.

  자동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반복 노동을 줄이고 사람이 더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하게 만드는 자동화는 분명 필요하다. 문제는 더 중요한 가치를 희생해 금전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쓰일 때다. 토스는 관계와 신뢰를 소모했고, 콘텐츠 자동화는 정보의 품질을 떨어뜨렸다. 자동화로 얻은 수익 뒤에는 피로한 사용자, 신뢰를 잃은 브랜드, 의미 없이 쌓인 데이터만 남는다. 지금의 자동화가 늘리는 건 효율이 아닌 피로다. 지표를 채우는 자동화가 아닌 사용자의 경험과 가치를 확장하는 자동화가 필요하다.

 

김준희 사진부장 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