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호 고대신문 1면 제목의 기사는 아쉬움이 큰 기사다. 이미 지난해 말 언론에서 다뤄지기 시작해 후속보도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도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지 못했고, 고대생이 군에서 겪는 상황을 폭넓게 다루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제목은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무거운 내용의 기사는 제목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물론 4면과 5면에 걸쳐 군부조리의 원인을 다루고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인터뷰를 통해 군 인권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한 기자들의 노력은 엿보인다. 다만, 후
누구나 한 번쯤은 반란을 꿈꿉니다. 그것이 헛된 몽상으로 끝나느냐 새로운 현실을 만드느냐는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스무 살 즈음의 청춘이라면 비록 시행착오를 겪을지언정 과감하게 반란의 도전을 감행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태몽처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잉어처럼 스무 살 즈음 시류를 거슬러 오르는 반란을 꿈꾸었고, 프로스트의 시처럼 남들이 ‘걷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을 택했으며, 줄곧 남들이 가지 않는 길만 선택해서 걸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반란의 꿈이 지금은 새로운 현실이 되었습니다. 제
영화 속의 정치인은 언제나 검은색이다. 새까만 정장을 입고 검은돈을 주고받으며,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최종 흑막으로 등장한다. 작년 영국에서 세계 2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치인이 가장 믿을 수 없는 직업 1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현실의 정치인에 대한 인식도 영화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정치인들 역시도 ‘아무튼 속 시꺼먼 이들’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알고 있는지, 선거철이 되면 으레 현란한 색의 현수막들이 거리를 뒤덮는다. 경쾌한 노래와 율동, 90도로 건네는 인사는 덤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인이 되겠습니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삶의 사건이 아닌 일상이 된 것 같은 요즘이다.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로 선거 분위기는 덜하지만, 총선 시계는 흐르고 있다. 우리 헌법과 제도는 권력의 공백을 허용하지 않기에, 록 밴드 퀸의 명곡 ‘The Show Must Go On’같이 정치는 계속되어야 한다. 당신은 어떤 후보에 투표할 것인가? 3월 말 KBS-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4명이 자신이 선택할 지역구 후보를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당신이 그들 중 하나라면 이 글이 당신의 선택에 모범 정답은 아닐지라도 좋은 힌트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 온 지구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리고 있고 세계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 경제상황의 가늠자 중 하나인 국제유가는 최근 들어 배럴당 20달러까지 추락하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때문일까? 석유도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경제학의 기본원칙인 공급과 수요에 의해서 결정된다. 작금의 저유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 증산정책에 따른 공급 증가가 맞물려 있다. 2010년부터 미국에서 본격 생산이 시작된 셰일오
1997년 IMF가 한국을 강타하고 난 바로 다음 해, 8600명가량이 극단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직전년도보다 40%가 늘어난 수치였다. 금융위기가 한국에 상륙한 직후인 2009년엔 1만 5000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때도 전년보다 20%가 더 증가했다. 경제난은 사람을 절벽으로 내세운다. 코로나19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을 -0.6%로 내다봤다. 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세계은행은 한국에 -2.44% 역성장을 예측하며, 팬
망명자들이 모국의 땅을 싸 들고 떠나듯, 나는 몇 권의 책을 챙겨 서울로 왔다. 집을 오래 떠날 때 가져가는 고정된 목록의 책이 있다. 책을 추천해줄 때 가장 먼저 말해주는 것들이다. 소설책이 많지만, 시집이나 사회·과학 도서도 있다. 이 책들만 있으면 어디든지 나의 집이 된다. 아무리 춥고 낯선 곳이라도, 책들을 마음의 모서리에 두고 주춧돌 삼으면 그 위에 새롭게 얻은 경험과 생각들을 견고히 쌓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는 그중 맨 처음 읽은 책이다. 초등학교 3학년의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2시간 동안 이 책을 읽었다
코로나19가 올림픽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이 연기된 것이다. IOC의 올림픽 연기 결정 과정은 올림픽이 무엇에 의해 작동되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IOC는 코너에 몰린 마지막 순간에야 올림픽 연기를 선택했다. 무엇이 IOC로 하여금 올림픽을 끝까지 붙잡게 했을까? 올림픽은 스포츠가 아니다. 스포츠의 형식을 차용한 정치 엘리트와 글로벌 자본의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다. ‘삶에는 지루하고 성가신 일들이 많습니다. 올림픽 축제만큼 해로운 것도 없지 않습니까? 맹렬한 열기에 온몸이 새까맣게 타지 않습니까? 군중 속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한 지 몇 달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세는 수그러드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작년 봄 미세먼지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사두고 남아있는 마스크가 꽤 있어서 마스크를 사러 밖으로 나가거나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코로나 사태가 금방 잠잠해질 거라 생각하고 처음에는 마스크를 사러 나갈 일도 없겠다, 그냥 집에서 느긋하게 놀고 있으면 되겠다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코로나 사태가 점점 심각해졌다. 아무리 내가 집에 느긋하게 있는 걸 선호하는 성격이라지만, 몇 주간 집에서만 머물면서
코로나19, 우리네 삶을 통째로 뒤집어 놓았다. 2월 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폐렴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전역을 휩쓸었다. 대한민국에서도 확진자가 열댓 명 정도 발생했으나 정부는 태연한 기색이었다. 천진했던 건지, 미리부터 계획했던 러시아 여행을 무사히 다녀와 특별히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시국은 시국이고, 나는 나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별안간 대구에서 확진자 수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났고, 얼마 가지 않아 WHO에서 팬데믹을 선언했다. 등교는 물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도 없게 되었다. 오로지 나 자신과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를 자행한 조주빈 일당은 피해자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성을 착취하고 이를 가학적인 영상으로 제작해 유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소 1만 명이 n번방 성착취 영상을 구매했다.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 수치다. 하지만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아니다. 디지털성범죄는 소라넷, 웹하드, 다크웹 등 둥지만 달랐지 계속해서 반복돼 왔다. 이번에 디지털성범죄 생태계를 뿌리 뽑지 않으면 제2, 제3의 n번방은 또다시 생겨날 것이다. 여론의 주목을 받는 디지털성범죄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재발방지책을 내놨다.
온라인 경험있어도 시행착오 겪어 간호대 현장실습 불가능한 상황 재난 대비할 교육 모델 만들어야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지 2주가 지나간다. 점차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교수와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 방식에 점차 적응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 상황은 점점 호전되는 듯 보이지만 긴장의 끈을 늦출 수는 없다. 학교에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온라인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교수나 학생 모두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온라인 강의가 시행되는 전례없는 상황 속에서 온
코로나19가 '사회적 항체' 만들어 온라인, 전통적 강의 한계 극복 급격한 변화 슬기롭게 대처해야 온 세계에 깊고 넓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코로나19는 대학의 핵심 기능인 교육에도 결정적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대학들은 일제히 온라인강의로 응수하였다. 충분한 준비 없이 불가피하게 채택한 정책이다 보니 우려도 많다. 학교당국은 교수와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시한다. 전혀 자기 잘못이 아닌데도 기꺼이 난관을 감당하려는 도의적 무한책임감의 일면일 것이다. 그런데 전투 속에서 전우애가 싹튼다
연기된 개강과 함께 2주 만에 개강호가 발행됐다. 산뜻하게 학기의 시작을 알려야할 개강호가 미뤄져 허무감이 맴돌았을 편집실이 그려진다. 하지만 허무한 마음을 취재 열정으로 채운 듯, 교정에 오지 못하는 고대인들이 궁금해했을 사항들로 꽉꽉 채운 개강호다. 12면으로 나온 1893호는 코로나가 미치고 있는 여파를 고대인의 시선에서 잘 다뤄냈다. 20학번 신입생의 이야기뿐 아니라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는 교수들의 이야기, 매출 감소에 울상짓는 안암동 상권등 다양한 시각에서 최대한 담아냈다. 보도면은 여러모로 유익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만리타향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접한 지도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 국내를 뒤집었던 바이러스와의 전쟁의 여파는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이곳에까지 닿았다. 여느 역사와 같이 차별은 위기의 순간에 그 민낯을 드러냈고 손끝으로 여권을 받아드는 공무원부터, 코로나-코리아라는 언어유희, 심지어는 동양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행 소식까지도 들려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음 전장은 유럽이었고, 하나둘 선포되는 비상사태에 기본적인 이동마저 가로막힌 지금,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는 오히려 각국의 예찬과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를 만든 건 우리가
한 달 전만 해도 정말 평탄했습니다. 신종플루, 메르스가 퍼질 때에도 학교도 갔고 학원도 갔고 밖에서 놀 거 다 놀았고, 같은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인데도 일상에 흠집 하나 나지 않았습니다.한 달 전에는 학원도 갔었고 짧아지는 방학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입니다. 저는 강의와 과제에 치이는 일상이 불멸이고 지긋지긋하고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학원도 쉬고 집에서 취미생활도 마음껏하고, 당연히 이런 생활이 즐겁지 않겠어요? 근데 정말 묘한 게, 그렇게 지긋지긋한 일상이 요즘 따라 너무도
과 같은, 그간 주로 다소 탐미적(耽美的)인 영화를 만들어 온 토드 헤인즈 감독을 생각하면 이번 신작 는 뜻밖의 느낌을 준다. 사회적 주제의식이 앞선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건 그만큼 이 영화의 기반이 됐던 리얼 스토리에 토드 헤인즈 스스로 엄청난 공분을 느꼈음을 보여 준다. 그런데 사실은 영화 도 그런 사회성이 담겨져 있는 작품이긴 했다. 동성애에 대한 오랜 사회적 편견에 대한 분노 같은 것. 영화 는 미국을 대표하는 화학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듀폰의 환경 비리를 다룬 내
‘바람’과 ‘행함’, 그 무한의 굴레에 갇힌 우리는 욕망에 찌든 삶을 꾸려나가다가도 어느 시점에 다다라 이 모든 것이 덧없음을 돌연히 깨닫는다. 무얼 위한 싸움이었는가? 그래서 지금, 무엇이 내게 남았는가? 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진 않는다. 라파엘의 인생을 놓고 함께 고민해볼 뿐이다. 7월 혁명의 격동 이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혼란한 날이었다. 젊은 청년 라파엘은 자살을 결심하지만, 골동품상 노인에게서 소원을 들어준다는 나귀 가죽을 건네받고는 다시 삶을 이어나간다. 무언가를 원할 때마다 가죽의 크기는 줄어들고 그
한동안 망설이던 세계보건기구(WHO)가 유럽과 미국으로의 확산세에 놀라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을 선언했다. 1948년 WHO가 설립된 후, 팬데믹 선언은 홍콩독감(1968년), 신종플루(2009년)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는 전세계로 퍼졌고, 이제 이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지역, 국가는 없다. WHO는 감염병의 통제에 대한 희망을 말하지만 반대로 절망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세계는 위험한 곳으로 돌변했고, 거리엔 온통 국경 봉쇄와 인
문을 닫기 위해 박소란대교를 지나다 보았다막 강으로 뛰어드는 사람 강으로 뛰어들기 위해막 난간을 기어오르는 사람 막 운동화 끈을 조이고 막 발을 구르는사람 버스를 타고 달리면서 보았다빠르게 빠르게 출렁이는 물결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막 허우적대는 것처럼 빠르게 더 빠르게 물속에 잠기면서보았다어둠을 가르고 세차게 헤엄치는 사이렌 살려 주세요 벨을 누르자낯선 섬을 가리키는 정류장이 있고 집이 있고 막 벨을 누르자늦었네, 한참을 엎드려 울고 난 얼굴로 문을 여는 사람 문을 닫기 위해 식탁 위 향기로운 저녁을 차려 두고곁에 선 젖은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