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따사로운 오월, 캠퍼스 곳곳에서 고대생들의 귀여운 상상이 피어오른다. 본지는 설문조사와 길거리 인터뷰를 통해 누구든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만한 몇 가지 사항에 대해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소소하지만 동시에 특별한 공감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고등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아련한 추억으로부터 대학시절 다녀온 여행의 기억들, 저마다 다른 전공의 길을 걷는 가운데 벌어지는 에피소드에 이르기까지 고대생들의 다양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함께 들어보자.

❶ 이럴 때, 고딩이 부럽다!

Q1. 고등학교로 돌아가고 싶을 때
1위 인생의 다음 단계가 취업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될 때(82명)
2위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아 교복이 그리울 때(41명)
3위 강의실 이동이 귀찮고 고등학교 교실이 그리울 때(32명)
4위 대중교통비가 비싸게 느껴질 때(31명)
5위 기타(28명)
(피상적인 인간관계가 느껴질 때, 스스로 모든 일에 책임져야 한다는 걸 깨달을 때 등)

고등학교 시절엔 전교생이 똑같은 옷을 입어야만 하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와 더 이상 교복을 입지 않게 되면 지겹게 느껴졌던 교복이 그리워질 때가 있는 법이다.

“대학 오니까 옷 입는 것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더 신경 쓰게 됐어요” 이재선(남 · 사범대 수교06)
“아침마다 일어나서 씻는 시간보다 옷 때문에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어요” 강지헌(여 · 문과대 국제어문07)
“저는 원래 옷 사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사고 또 사도 늘 옷이 부족해요. 고딩들은 맨날 교복만 입으면 되니까 좀 부러울 때가 있죠” 이다혜(여 · 문과대 국문06)

대학에 들어와 화장을 시작한 여성들의 경우 아무렇지도 않게 ‘쌩얼’로 바깥을 활보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이들은 저마다 익명을 요구하며 불편을 토로했다.

“고등학교 때는 아침에 20분이면 준비가 다 끝났는데 지금은 아침밥 먹는거 포기하면서 화장해야 하니까 너무 힘들어요” (03학번)
|“맨 얼굴에 추리닝 차림으로는 하숙집 앞 슈퍼에도 나가기 민망해요. 누가 볼까 모자를 푹 눌러써야만 안심이 되죠” (06학번)

▲ 일러스트=홍성윤

영어강의와 원어강의가 판치는 수업시간표를 볼 때면 막막한 마음에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치열한 수강신청 또한 매 학기의 난관.

“영어강의가 정말 압박이에요. 대부분 못 알아들어서 수업시간 내내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나올 때도 있어요” 이현두(남 · 공과대 전기전자전파공학07)
“고등학교의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객관식 문제들이 그리워요. 대학시험은 서술형이라 난감하죠” 서창덕(남 · 정경대 경제06)
“레포트를 일주일 내내 써야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게다가 참고도서들은 다 영어책이잖아요. 레포트 생각만 하면 고등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요” 오승찬(남 · 공과대 전기전파전자공학07)

이렇게 어려운 공부들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도 대학생의 현실이다. 공부에 대한 책임에 있어 넘치는 자유를 보장하는 대학이지만, 바로 그 자유의 대가는 처절한 성적표라는 사실!

“고등학교 때는 학원에 다녔는데 대학에 와서 혼자 하려니까 힘들어요. 교재를 보면 뭐부터 공부해야할지 모르겠고, 게다가 다 영어니까 누가 설명 좀 자세히 해줬으면 좋겠어요” 박계정(남 · 공과대 산공05)
“공부는 해야겠는데 막상 책을 보면 이런 걸 배웠나 싶을 정도로 막막해져요. 고등학교 때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선생님이랑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지만 교수님들은 무서워 보여서 다가가지 못하겠더라고요” 정지혜(여 · 경영대 경영06)
“고등학교 때는 대학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에서 죽어라 공부했는데 대학에 오니까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놀게 될 때가 많아요” 이은혜(여 · 문과대 노문06)

그나저나 초등학교 때부터 천천히 상승곡선을 그려왔을 당신의 용돈 혹은 세뱃돈은 안녕하신지. 어른으로 분류되면서 훌쩍 올라버린 대중교통비 또한 아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는데…

“고3때만 해도 공부 열심히 하라고 세뱃돈을 20만원은 받은 것 같은데 대학 들어오니까 그냥 건강하라고만 하시더라고요” 박윤선(남 · 문과대 일문06)
“우리 큰아버지는 심지어 사촌동생들한테 이제 저한테 절하라고 그러시던데요” 정현(남 · 경영대 경영06) “대학생 되니까 엄마가 스스로 벌라고 하시면서 용돈을 끊으셨어요. 그래서 과외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이태희(남 · 경영대 경영06)
“현금은 딱 100원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통카드에 800원이 남은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교통카드 충전은 천원부터 가능하다는 거에요. 새삼 대학생 신분이 원망스러웠죠. 고등학생이었다면 800원으로도 버스를 탈 수 있었을 테니까요” 이은영(여 · 문과대 영문06)

군대와 취직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 또한 고등학교 시절을 더욱더 그립게 만들고 있다.

“고딩 때는 군대에 대한 압박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2학년이 되면서부터 곧바로 군대압박이 시작돼요” 유일현(남 · 생명대 환경생태공학05)
“3학년쯤 되니까 집에서는 시집을 가든 취직을 하든 하라고 난리에요. 스트레스 많이 받죠” 류은결(여 · 생명대 생명과학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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