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들 없으면 학교생활을 하나도 할 수가 없어요” 인터뷰 장소에 같은 과 학생들 3명과 함께 나온 조한근(문과대 한문05) 씨. 50년생 범띠인 조 씨는 한국외국어대 말레이 · 인도네시아어과를 졸업한 후 1978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교관 생활을 하다 올해 본교에 편입해 한문학 공부를 하고 있다. 며칠 전 수강신청도 친구들이 도와줘 잘 할 수 있었다는 조 씨는 평소 학생들과 함께 밥 먹고 술 마시는 걸 즐기고 공강 시간엔 학교 밖으로 함께 놀러나가기도 한다. 상당한 나이 차이에도 학생들과 허물없이 지내고 있는 조 씨는 외교관 생활보다 학생 생활이 더 재밌다며 활짝 웃었다. 젊고 활기차게 대학 생활을 즐기는 그를 만났다.

△학교를 다시 다니게 된 계기는
-내가 살아온 일생을 나누면 부모님 슬하에서 학교 다닐 때랑, 결혼해서 가장이 돼 돈 벌면서 직장 생활을 하던 때로 나눌 수 있어요. 그런데 직장을 관두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니 이전의 생활과 전혀 다르게 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다른 걸 생각한 것이 택시 운전인데, 요즘 택시운전 기사들은 벌이가 안 돼 많이 힘들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내가 예전과 다르게 살고 싶단 이유만으로 택시운전을 하면 그 사람들에 대한 모독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결국 택하게 된 게 학생이었죠.

△본교, 한문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외교관 생활을 하면 해외에 근무를 하러 가기 전에 기본적으로 그 나라에 대해 미리 공부를 해요. 언어라든가, 문화라든가. 사실 영국에서 참사관으로 있을 때 한국에서 사람들이 오면 버킹검 궁(Buckingham Palace)에 대해서는 설명을 곧잘 했어요.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경복궁, 덕수궁은 가서도 설명을 제대로 못하겠더라고요. 아, 이거 문제다 싶었죠. 아는 척은 했지만 제대로는 몰랐거든요. 그래서 우리 것에 대해 배워야겠다 싶어서 한문학과를 선택했어요.

한문학과가 있는 곳이 서울에는 고대와 성균관대밖에 없어요. 딸한테 접수를 대신 하랬더니 딸이 게으름을 피우다가 그만 성균관대 접수 날짜를 놓쳤어요. 여기도 아슬아슬하게 원서를 넣어서 됐어요.

대부분 우리 나이에 학교를 다닌다고 하면 방송통신대나 사이버대학을 많이 생각하는데 그건 집에서 공부하는 거잖아요. 사실 나이 먹어서 남자가 집에 있으면 부인한테 미움 사고, 정신건강에도 안 좋아요(웃음).

△다시 학교 생활을 한다고 했을때 주위의 반응은
-‘진짜 네가 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었죠. 합격했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많이 놀랐어요. 심지어는 ‘미친짓한다’는 소리도 들었어요. 이제 같이 좀 놀아보려고 했더니 왜 다시 공부하냐면서요. 그런데 대동제 기간에 한문반 주점에 친구들을 부른 이후론 많이 부러워해요. 그 친구들도 자식이 있지만 자식들이 주점할 때 부모님을 부르진 않잖아요. 사실 우리 친구들도 요즘 학생들이 어떻게 노는지 보고싶어 하고 궁금해 하거든요. 부인도 오고 친구 부부들도 와서는 무척 즐거워하면서 매상을 엄청 올려주고 갔어요.

△학교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신다는데
-그런 거 하려고 학교에 다시 온 거에요. 될 수 있는 한 전부 다 참여하려 해요. 극회 동아리도 들었고요. 신입생 환영회, 사발식, 입실렌티, 주점까지 다 갔어요. 사실 과반 행사를 할 땐 내 행동의 정도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조금 고민돼요. 학생들과 똑같이 폴짝폴짝 뛰며 즐겨야 할지, 뒷짐 지고 그냥 흐뭇하게 웃고 있어야 할지. 하지만 입실렌티 때 FM도 하고 응원도 하고 할 건 다 했어요.

△큰 오라버니라고 불리는데
-통영으로 한문학과 답사를 갔어요. 답사 가서 다른 사람 다 행사할 때 몇 명이서 횟집에 가서 소주 한 잔 하는데, 호칭에 대한 문제가 나왔죠. 내가 오빠라고 부르라니까 ‘도저히 말이 안 나와요’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부르는 사람이나 불리는 사람이나, 참 내 호칭 정하기가 애매했어요. 그러다가 소주 한 잔씩 들어가니까 한 친구가 큰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것이 어떠냐고. 그래서 큰 오라버니가 됐어요.

△예전 학생들과 비교해 요즘 학생들은
-내가 학교 다닐 때보다 학생들에게 공부를 많이 시키고 학생들도 열심히 해요. 옛날엔 데모 하느라 시험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데모하다 보면 휴교되고 그럼 레포트로 대체하는거고. 학기가 끝나면 배낭 지고 산에 가서 텐트 치고 놀다가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개강 했다고 하면 내려가고. 그렇게 다녔어요. 요즘 학생들은 열심히, 어려운 공부도 곧잘 해요. 학생들 수준이 많이 높아진거죠.

△학생들과 경쟁할텐데
-아무리 상대평가라 해도 학생들과 내가 경쟁상대는 아니에요. 학생들의 장래가 걸려 있는 성적인데 취업 걱정 안 하는 내가 A+를 받아서야 되겠어요. 그렇게 나올리도 없으려나? (웃음) 게다가 난 수업시간에 자주 졸아요. 필기도 거의 안 하고 책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꾸벅꾸벅 졸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워낙 학과 공부가 어렵다보니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요즘 학생들이 취업 걱정할 때 나는 학과 공부를 어떻게 따라잡을까 걱정하죠. 예전엔 집에서 주로 공부했는데 요즘에는 중도 열람실에서 공부해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재미있게 공부하세요. 동아리 행사나 축제 때 보면 학생들이 재밌게 지내는가 싶다가도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거 보면 아닌 것 같아요. 공부도 노는 것처럼 재밌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교수님들도 도와주셔야 해요. 내가 대학교 1학년 땐 교수님과 학생들이 태릉에 놀러가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교수님들이랑 학부생들이랑 너무 거리가 큰 것 같아요.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거리를 줄이면 공부하는데 있어서 흥미도 생기고 도움이 많이 될 거에요.

그리고 남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졸업 이후의 취업 걱정으로 생활방식이나 태도가 너무 의기소침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회생활 하는 후배들 말을 들으면, 면접 볼 때 여학생들은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데 남학생들은 좀 짓눌려져 있는 게 보인대요. 위축되지 말고 기 좀 펴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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