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김병관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을 비롯한 재단 이사 여러분.

큰 나무처럼 모교의 힘이 되어 주시는 구두회 회장을 비롯한 교우 여러분.
젊은 후학들의 학문적 성숙을 이끌어 주신 교수님과 직원 여러분, 헌신적인 사랑으로 우리 졸업생들을 성원해 주신 학부모님들. 그리고 그간의 切磋琢磨를 바탕으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자유·정의·진리의 전당이요, 창조적 지성의 요람인 우리 고려대학교는 오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국가의 棟樑之材를 배출하게 되었습니다.
이 가슴 벅찬 학위 수여식을 맞이하여, 본인 은 무엇보다도 이들이 오늘날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사랑과 가르침을 베풀어 주신 모든 분들께, 특히 학부모님들과 교수님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은 감사와 존경의 뜻을 표합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고려대학교의 교정에서 우정을 키우고 학문에 심취했던 아름답고 귀한 시간들이 지났습니다. 이제 원대한 이상을 설계하고 축조할 수 있는 더 큰 세상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른 봄에 씨를 뿌리고 한여름의 작열하는 태양과 거센 비바람을 이겨냈다면, 이제 여러분의 눈앞에는 황금빛의, 풍요로운 가을 들녘이 펼쳐져있을 것입니다.

혼란 속에 잉태되는 창조

여러분은 우리의 희망이고 자랑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기꺼이 여러분의 전도를 기원하는 많은 교수님들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先輩諸賢의 마음 한 구석에는 무거운 짐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 앞에는 지금 수많은 난제들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20세기를 관통했던 가치의 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족간, 종교간, 문명간의 해묵은 분쟁이 오히려 더욱 심화되는 징후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및 환경 분야의 윤리논쟁도 종지되지 않았습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연계된 국내의 현안들도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아직 완료되지 않은 기업구조조정, 세계 경제의 불황으로 인한 경기 침체 및 청년 실업 등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사회적 공동선을 바라보는 시각의 대립도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겨레의 소망과 기대를 한 몸에 안은 졸업생 여러분.

현대를 규정하는 가장 확실한 정의는 역설적이게도 ‘불확실성’입니다.

저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세계사의 격변을 주목하면서, 이 불확실성이라는 단어에 근거하여 위기와 기회의 요인들을 동시에 발견합니다.

냉전시대의 종언과 함께 국가간 헤게모니의 재편이 진행되면서 한국은 다시금 북한의 핵 개발 및 미국의 대외 전략과 맞물려 국제적 긴장지역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들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질과 실제 위상보다는 그들의 관점과 이해에 따라 한국의 신용등급을 조정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가 안고 있는 위기의 요인입니다. 그러나 혼란 속에서 창조가 잉태되는 것이 자연의 원칙입니다. 여기에 우리 민족에게 부여된 기회의 요인이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극적으로 용솟음치는  에너지를 지닌 민족입니다.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언어와 문자와 인쇄에 이은 제4차 사회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정보혁명에서 한 발 앞서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비옥한 문화적 토양과 효율적으로 집중된 정보기반이 있습니다.

'널리 배워 독실하게 행한다'

자유·정의·진리의 가르침을 구현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제 여러분들이 마주하는 현실 사회는 강의실의 이론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고,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상아탑에서 갈고 닦은 지식을 응용하여 여러분 스스로의 힘으로 근사치의 답을 찾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壯途에 오르는 여러분에게 제가 늘 가슴에 담아두고 뜻을 새기는 中庸의 한 구절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널리 배우고, 살펴서 묻고, 삼가서 생각하며, 분명하게 분별하고, 독실하게 행한다(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

배우려면 능할 때까지 그만두지 아니하고, 묻고자 하면 답을 얻을 때까지 숙고하고, 생각하자면 꿰뚫어 이해할 때까지 궁구하고, 밝히자 하면 명명백백해질 때까지 천착하고, 행하려 하면 도탑고 지극하게 정성을 다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지성의 본질과 참된 자세에 근거하여 우리는 불확실한 세계에 불을 밝히고 길을 내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우리의 모교인 고려대학교는 오는 2005년 개교 1백 주년을 맞이합니다.

오늘 이 순간은 청운의 뜻을 품은 여러분만큼이나 우리 고려대학에도 중대한 시점입니다.

저는 취임사를 통해 고려대학교의 ‘세계 1백대 대학’으로의 진입에 저의 신명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목표의 실현은 화려한 수사로 얻어지지 않습니다. 오로지 실사구시의 강인한 의지와 실천으로서만 가능합니다. 세계의 1백대 대학에 들자면 그에 걸맞는 교육 및 연구 환경, 조직구조의 국제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고, 첨단장비를 도입하고, 전시적 행사를 개최하는 등의 하드웨어측면의 변화만으로 원하는 바를 이뤄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창하고자 하는 것은 ‘시스템에 의한 개혁’으로 요약되는, 고려대학교의 총체적 발전과 도약에 눈높이를 맞춘 소프트웨어적 혁신입니다.

개혁의지로 현실과 이상 간극 좁혀야

손에 손을 잡은 졸업생 여러분, 모든 고대인 여러분!

오늘의 고려대학을 존재케 한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눌린 것 쳐들고 굽힌 것 펴는 정의의 정신, 나보다 우리를 앞세우는 희생과 겸양의 미덕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육을 통하여 나라를 살리려는 온 겨레의 소망과 기대가 담긴 건학 이념, 이 모든 것들이 고려대학교의 오늘을 組織한 씨줄이고 날줄입니다.

저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자 합니다. 고려대학교는 오늘에 자족하지 않고 더 먼 길을 가야 합니다.

고려대학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근원적인 에너지를, 그래서 저는 감히 ‘자기혁신의 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사회에서의 고려대학교의 위상과 시대로부터 요구 받는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조망할 때,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혀갈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우리 스스로의 개혁의지에서 샘솟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 서로를 격려하고 굳은 신념을 나눕시다.

졸업생 여러분들은 사회의 현실 속에서 고려대학교에 힘을 싣고, 후배들을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학교에 남은 우리들은 스스로에게 약속한 대로 ‘세계 1백대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며, 그로써 교육을 통한 선진 5개국으로의 진입이라는 감동적인 선물을 이 민족의 가슴에 안길 것입니다.

고려대학교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기원하는 한마음으로, 손에 손을 잡고 어깨와 어깨를 감싸 안은 여러분들이, 이 순간 저는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의 앞날에 커다란 성취와 축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2월 25일
고려대학교 총장 어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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