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정회은 기자
공부도 연애도 취직도 잘 하는 사람이 있다. 뭐든지 잘 하는 그 사람의 이름은 ‘엄마친구아들’. (골방환상곡 中에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나를 혼내시던 엄마. 그런 엄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손에 가슴을 얹고 생각해봐’였다. 손에 가슴을 얹는다? (낢 이야기 中에서) 일상에서 흔히 겪는 일들을 재밌는 스토리와 귀여운 캐릭터로 재구성해 누리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 웹툰작가들은 웹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골방환상곡>의 워니(박종원)씨와 <낢 이야기>의 낢(서나래)씨를 만나봤다.
※골방환상곡의 공동 작가 침묵(심윤수)씨는 지방에 사는 관계로 만나지 못했다. 낢씨의 사진은 본인의 요청으로 싣지 않았다.


하루 조회 수가 백만을 넘는데 인기를 실감하는가
낢: 인기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가끔 알아보는 분이 있어요. 요전에는 지하철에서 그림 그리는데 옆에 앉은 분이 “혹시 웹툰 작가냐”며 제 동생이랑 어머니의 안부를 묻더라구요. 아무래도 가족사를 그리다 보니 처음 보는 사람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대하더라고요.
워: 저는 식당에 갔을 때 가금 종업원에게 제 만화 아냐고 물어봐요. 전 뻔뻔하거든요, 그런데 성공한 적은 거의 없어요. 보는 분들은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안 보는 분들은 잘 모르죠. 댓글이 많이 달린다고 해서 인기를 크게 실감하는 것도 아니고. 팬클럽은 있는데 자기네들끼리 잘 놀더라구요. 하하.

댓글은 모두 보나
낢: 신경써서 다 보죠.
워: 그게 저한테 답이고 성적표죠.

악성 댓글도 있을텐데
워: ‘침묵’씨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어떤 악플러가 ‘만화가 재미없어서 죽은거다’고 계속글을 올려서 신고를 했죠. 그랬더니 경찰이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며 고소요건이 성립 안된다면서 돌려보내더군요. 악플이 6개월 이상 달려야 된다나.

대학생인데 부담은 없나
워: 이제 4학년이니 집에서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라고 하죠. 지금 목표는 직장도 가지고 만화도 계속 그리는 겁니다. 그런데 보통 일이 아니에요. 학교 다니면서 하는 거랑 회사 다니면서 하는 거랑 천지차이니까.

웹툰 작가를 직업으로 할 생각은 있는가
낢: 친구 중 하나가 영화감독을 지망하는데 생계 문제로 고민하다가 우연히 일본 작가의 책을 읽었대요. ‘나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 이렇게 했다’는 내용인데 열심히 하다보면 돈벌이가 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찾으려고 본거죠. 그런데 무조건 알바를 하래요. 한국의 작가 사정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직업이 되려면 돈이 돼야 하는데 웹툰작가 중 돈 번 사람은 별로 없지요. 그러나 전 웹툰을 생계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좋아서 그리는 거죠.
워: 저는 약간 입장이 달라요. 웹툰 작가를 계속 하고 싶기 때문에 적정한 수입은 꼭 필요하죠.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라는 거.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뭐가 필요하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세 가지를 꼭 말해요. 열정, 끈기 그리고 또 다른 직업이죠. 돈을 많이 버는 배우자를 만나면 모를까. 하하. 아직까진 웹툰 그리는 걸로 생계를 꾸려나가긴 무리죠. 같이 작업하는 친구 ‘침묵’은 처음에 <골방환상곡> 시작할 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3시간 정도 잔 다음에 공장가서 알바하고 미술학원에서 강사하고 그러면서 그림 그렸어요.

포털 사이트와 웹툰만화가의 관계는 어떤가
워: 포털 사이트의 입장에서 웹툰 만화가는 소모품이에요. 지금도 고정만화코너에는 웹툰 올려주기만 해도 좋다는 만화가들이 줄을 섰어요. 지금 웹에서 정기적으로 연재 하는 작가들도 300명이 넘을걸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포털이 압도적으로 권력을 가지고 있죠. 물론 보수도 적구요.
포털끼리라도 경쟁을 해주면 좋은 작가를 스카우트 하려 움직일 텐데 절대강자 네이버가 버티고 있어서.. Daum 방문자수 곱하기 2 하면 네이버 방문자순데 요즘엔 곱하기 3을 해야된데요.  

포털사이트는 어떻게 지원 해주나
워: 포털은 공간만 만들어 놓고 마음대로 올리라고 해요. 사실 이건 컨텐츠를 공짜로 쓰기 참 좋은 방법이거든요.
낢: 사실 저는 네이버에서 처음 제의 왔을 때 거절했어요. 원래 제 개인 홈페이지의 힘을 더 키워서 방문자수를 늘려보려구요. 그러면 독립적인 힘을 가질 수 있잖아요. 지금도 개인 홈페이지를 계속 유지하는 이유죠.

인기 작가는 원고료를 많이 받는다던데
낢: 조선일보에 웹툰 작가들의 수입에 대해서 선정적인 기사가 실린 적이 있는데 거기에 모두 분노했죠. 제목이 ‘인기 웹툰은 월500만원 이상’인데다가 신인이라고 해도 한 회 10만원 이상을 받는다고 썼더군요. 하지만 실상은 달라요. 만화가의 인지도에 따라 받는 원고료는천지차이에요. 

부가수입은 없나
낢: 알바로 광고가 들어오기도 해요. 저는 생리대 광고를 했죠.
워: 오히려 알바가 더 돈이 돼요. 저는 온라인 게임 광고를 하고 있어요.

캐릭터 상품도 만들던데
워: 생각만큼 쉬운 작업은 아닌 것 같아요. 국내 캐릭터 시장은 100% 성공률이 아니면 안 움직여요. ‘뿌까’처럼 성공한 캐릭터인 경우 검증됐으니까 계속 우려먹죠.
낢: 저는 캐릭터 다이어리가 나왔어요. 앞으로 다른 캐릭터 상품을 500개나 1000개 정도 제 자본으로 내볼 생각이에요.

종이 만화시장이 축소되는 반면 웹툰 시장은 확장되는데
워: 전통적인 만화들은 장사가 안돼서 붕괴되고 있어요. 웹툰 쪽은 수익기반이 제대로 안나고. <골방환상곡>이 하루 클릭 수가 백만인데, 한번 볼 때 1원 씩 낼 수 있으세요? 물론 공짜로 보려는 사람들을 탓한다는 건 아니에요. 구조 자체의 문제인거지. 약간은 막막하긴 해요. 일전에는 심지어 광고 쪽으로 개발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봤는데 웹툰은 그러기 힘들더라고요. 답이 안 나와요.
낢: 사실 무료 컨텐츠라는 이미지가 강해 포털에서도 평가절하 하는 것 같아요.

마치 mp3의 유료화가 처음에 거부 당한 것과 비슷한 경우인가
워: 조금 다른 것 같아요. mp3는 제작비와 투자비가 크지만 웹툰은 돈보다는 시간을 많이 투자니까. 상황이 안타까운 게 미술 분야에서는 고급인력들은 게임시장 쪽으로 가요. 거기가면 대우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 외에는 학원으로 빠지고…

종이만화와 비교했을때 웹툰 만화 기법의 장단점은
워: 웹툰의 가장 약점이 프레임이 없다는 겁니다. 사용할 수 없는 게 저도 답답할 때가 많아죠. 휠로 그냥 내려서 봐야 하니까. 그래서 긴 만화를 못보고 생활만화만 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강풀씨 같은 경우에는 휠 자체를 사용한 연출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아직은 약한 것 같아요. 만화 연출 면에서는 전용 뷰어가 있지 않는 이상 약점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반면 웹툰의 장점은 색입니다. 컬러를 다양하게 쓸 수 있다는 건 주목도나 관심 면에서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쳐요. 또한 접근성 면에서 웹툰은 굉장히 뛰어나지요.

독자들이 자신의 만화를 어떻게 봤으면 좋겠나
워: 재밌게 봤으면 좋겠어요. 처음에 <골방환상곡> 시작할 때 스누피처럼 연재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길 바라죠.
낢: 일상을 공유하면서 그냥 재밌게 봤으면 좋겠어요. 여러 번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바로 이해하고 웃을 수 있게요.

앞으로 그려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낢: 전 사랑얘기 한 번 그려보고 싶어요. 낢의 짝사랑 이야기 어때요?
워: 전 어린이용 만화요. 제 웹툰을 초등학생들이 많이 보는데 내용을 이해 못해서 항의메일을 받거든요.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대학생들 이야기니까요. 생각해보니 요즘 어린이들은 인터넷을 많이 하니까 아이들이 볼 수 있는 만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싶은말
워: 오늘따라 굉장히 우울하게 인터뷰를 한것 같은데, 뭐 이게 웹툰만화가들의 현실이고 처지이니까. 하지만 잃은 것 보다 얻은게 많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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