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서애경 기자
"나라의 말씀이 중국과 달라 문자가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
제 561돌 한글날(9일)을 맞아 민족문화연구원 국어사전편찬실 선임연구원 김양진(국문학과 85학번)씨를 만나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문학과를 선택했던 이유는
-특별한 이유는 없고 원래부터 국어를 좋아했어요. 특히 국어문법 공부를 좋아했죠. 학창시절엔 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우리말이 수업시간엔 너무 어렵게 다가오는지 이상했죠. 이런 관심을 가지다 보니 우리말 문법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보자는 생각으로 국문학과를 지원하게 됐어요.

△고학번 선배님이신데 당시 학교 생활은 어땠나
-제가 학교를 다니던 80년대 중반은 사회적으로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학교 앞엔 항상 전경이 배치됐었고 최루탄이 여기저기서 터졌었죠. 또 같이 술을 마시며 지내던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전투경찰에게 잡혀가는 일도 많았죠. 그래서 학교에 입학할 때 제가 이루고자 했던 바를 이루지 못했어요. 시대적 상황도 그랬고 개인적인 한계도 있었구요. 그래서 대학생 때 하지 못했던 공부를 대학원에 와서 하게 됐어요. 대학 다닐 때 국어학반 학회에서 언어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함께 공부했었는데 대학원에 와보니 그 친구들이 그대로 다 있더라구요.(웃음) 아직까지 함께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죠.

△주로 어떤 연구를 하나
-저는 국어 형태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형태소나 단어의 특징 같은 것을 연구하죠. 또 국어사전에서 단어를 어떻게 처리, 응용하는지에 대한 것과 어휘의 역사나 형성과정을 공부해요. 현재는 민족문화연구원에서 국어사전편찬실에서 국어사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15년 동안 우리학교만의 역량으로 만들어진 국어사전이 내년에 출판될 계획입니다.

△2004년부터 '세계속의 우리말' 수업을 해왔는데
-96년에 제가 처음으로 맡은 수업은 '언어와 민족'이라는 수업이었어요. 과목명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굉장히 보수적이기도 하고 국수적이기도 하죠. 하지만 글로벌 고대를 표방하면서 수업도 '세계속의 우리말'로 변하게 됐어요. 이 수업을 통해서 세계 언어들 속에서 한국어의 위상을 확인하고 어떻게 하면 세계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쓸 수 있는지 학생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해요.

△외국인이 '세계속의 우리말'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는지
-외국인은 일본인이나 중국인 학생들이 종종 들으러 왔었어요. 그 학생들에게는 중국어, 일본어의 언어 현실과 우리나라 언어 현실을 비교해 볼 것을 강조하죠. 참, 예전에 독일인 친구가 수업을 신청한 적이 있었는데 첫 날 열심히 듣더니 수업을 뺐더라구요. 나중에 만나면 왜 그만 뒀는지 물어보고 싶네.(웃음) 

△우리말의 국제화를 위해 필요한 노력들은
-현재 우리말을 사용하는 인구는 7800만명 정도 된다고 해요. 우리말의 국제화는 한민족이 아닌 사람들이 한글을 배우게 함으로써 가능하죠. 언어사용자가 늘게 되면 언어의 영향력은 커지게 되니까요. 우리말의 국제화를 위해선 국내, 국외적인 방안이 필요해요. 국외적으론 교포사회를 거점으로 언어 확장이 필요하고 국내적으론 외래어 정책과 외국 사람이 우리나라 말을 알 수 있게 하는 표기법 정립이 필요해요. 가장 중요한 건 우리말의 국제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활성화 돼야 하는 거죠. 특히 학생들같이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해요.

△한국어와 한글을 서로 혼동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학생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한국어와 한글을 구분해 생각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어요. 한국어와 한글이 구분돼야 둘 다 발전할 수 있는데 말이죠. 한국어는 민족사적 관점으로, 한글을 문명사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해요. 한글 자체는 연구할 대상이 아니라 적용하고 이해하는 대상이죠.

△학생들의 한국어와 한글 능력은
-고대 학생들이라면 한국어 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이죠. 하지만 문제는 한국어 능력과 한글의 능력이 비례하진 않는다는 거예요.

△한국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한국 사람이 한국어를 잘 쓰지 못하는 건 몰랐죠? 대부분 주술관계조차 제대로 대응시키지 못하죠. 단적인 예로 OECD에 가입한 30개국 중 우리나라 문맹률은 3~4위 정도를 차지하지만 문장 독해력과 작성능력은 24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실제로 발표 할 때나 글을 보면 논리체계가 잘 잡혀있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죠.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표적으로 토론식 수업이 활성화되고 글을 작성하는 훈련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해요. 표현 방법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때죠.

△본교는 점차 영강 수업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각 대학마다 많은 수의 영강을 유치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화를 잘못 이해한 처사인 것 같아요. 대학과 같이 심층적인 지식을 배우는 곳에서 영어로 강의를 하면 한국어로 수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깊이 있는 공부 대신 생활영어나 초보적 학술어 지식에 그치게 되죠. 또한 한국어가 사회적으로 보호된 상태가 아닌데 이중 언어 체제가 들어선 지금 같은 상황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한글날의 의미
-한국어는 우리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야 하는 대상이니 한글날에는 한글의 우수성을 느끼는 하루가 되길 바래요. 한글은 문명사적으로 한국어를 가장 효율적으로 나타내는 글이라는 것과 인간의 발성 구조를 모방해 표기화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어요. 또한 9개 정도의 기호만 있으면 나머지도 표기가 가능한 단계적 표기체제를 갖추고 있죠. 이로 인해 빠른 속도로 정보 저장이 가능해서 미래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문자체계라고 생각해요. 중국어는 음절문자, 로마자는 음소문자지만 한글은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자질문자 체계에 근접한 글자에요. 이런 문자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겠죠?

△본교에 한글과 관련해 개설됐으면 하는 과목은
-최근 서울대에는 훈민정음 학회가 개설되고 일본의 한 대학에는 한글과가 생길 정도로 한글이 중요한 테마가 되었어요. 본교에 한글과 관련한 과목이 개설된다면 문명사적으로 한글을 해석하는 과목을 맡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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