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식으로 바뀐 과방
‘과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두컴컴한 형광등과 오래된 책상, 지저분한 쇼파 등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분위기에서 탈피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시도하는 반이 늘고 있다. 그 중 불어불문학과 과실(이하 불문반)은 유독 눈에 띈다.

아이보리색 바탕에 커다란 국화꽃이 자리 잡고 있는 출입문은 누군가의 ‘작품’ 같지만 단순히 ‘시트지’를 오려붙인 것. 출입문 옆엔 불법 광고지 부착을 막기 위해 광고물 게시판을 설치했다. 과방 내부 공간은 흉물이었던 사물함을 활용해 이분했고 이분된 과실의 안쪽에는 장판을 깔았다. 과실에서 낮잠을 자고 오랜 시간 머무를 학생들을 위해서 장판 밑에는 어린이용 안전매트를 깔아 이용자에게 편안함을 준다. 벽은 아이보리색의 페인트를 칠하고 가운데에 벽돌 무늬 띠지를 둘러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불문반 내에서 리모델링을 하자는 의견은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게 된 계기는 한 새내기의 ‘깜짝 대청소’였다. 더러운 과실을 보다 못해 자진해서 청소를 해버린 새내기의 이야기가 임원진들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이참에 리모델링을 하자’고 의기투합 한 것.

리모델링에 소요된 비용은 총 40만 원 정도. 예산은 모든 07학번들이 돈을 모아 마련했고, 반 임원들을 중심으로 5명이 작업을 주도했다. 세부적인 인테리어는 ‘바닥 깔기’라는 큰 그림만 그려놓은 상태에서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것으로 협의했다.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 작업은 페인트칠이다. 페인트칠은 세 번 이상 덧칠해야 원래 색이 나오기 때문이다. 페인트칠 후 바닥을 깔고 시트지 부착과 같은 세부 인테리어까지 끝내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지난 9월 29일부터 30일까지 2일에 불과했다. 정확히 30시간이 소요됐다.

불문반 학생대표를 맡고 있는 임용수(문과대 영어영문06)씨는 “리모델링 후 관리가 더 중요한 것 같다”며 “학생들의 자율에 맡긴 청소는 현재 생각보다 잘 이루어지고 있지만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실 상태 유지를 위한 방법으로 그는 청소 당번제 또는 사물함 대여비 부여를 통한 전문청소인력 고용을 꼽았다. 또 임 씨는 “작년 같았으면 이맘때에는 과실에 사람이 드문데, 리모델링 후 올해는 2학기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꾸준히 모여있다”며 “반이 매우 활기차졌다”고 말했다.

과실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재승(문과대 국제어문07)씨는 “바닥이 생긴 후 과실이 매우 아늑해졌다”며 “집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종훈(문과대 국제어문07)씨 역시 “과실이 남학생들의 ‘마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TV와 플레이스테이션이 들어오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현재 불문반 학생들이 과실에 가장 바라는 건 ‘냉난방’이다. 하지만 이는 홍보관 전체의 전력 문제와 관련, 불문반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항이다.

팀플을 위한 장소로 개선
갓 입학한 새내기가 과방에 들어오길 꺼려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골방에 들어온 것만 같은 칙칙한 분위기와 퀴퀴한 냄새, 그리고 겨울이 되면 견딜 수 없는 추위로 자리를 나서게 한다. 과실 공동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실시한 경상대 경제학과 과실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과실을 들어서면 인테리어에 만만찮은 비용이 들었을 거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회색 바탕의 벽은 어느새 벽돌 무늬의 벽지로 메웠다. 책상도 구입했으며, 불결해보일 수 있는 물건을 감쪽같이 숨길 수 있는 칸막이도 마련했다. 벽지 색과 어울릴 수 있도록 시계는 살구색으로 구입했다. 또한 학생들이 공간시간마다 과방을 들릴 수 있도록 커다란 책장도 마련해 두꺼운 전공서적을 넣을 수 있도록 했다. 학생회가 어떻게 운영되는 지 알 수 있도록 알림판을 새로 만들었다.

리모델링을 하기 전 경제학과 과실은 시설이 낙후되고 기구가 어지럽혀 있어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차례 인테리어를 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순병민 경제학과 학생회장은 “학생들이 회의나 공모전 등으로 팀플을 할 때 과방을 자주 찾게 된다”며 “리모델링이 확정될 때 이런 과방의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를 구상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고 말했다.

과실 리모델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예산은 학생회비의 일부와 졸업한 경제학과 선배들이 기부해 어렵지 않게 충당할 수 있었다. 150만 원의 자금으로 시작한 리모델링은 학생회장과 집행부를 중심으로 10명 정도가 일했다. 리모델링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인 도배였다. 전문적인 기술 없이 벽지 도배를 하게 될 경우, 오히려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기술적인 작업은 인부에게 맡기고, 나머지 일은 집행부가 맡았다. 교수들의 후원도 있었다. 이충렬(경상대 경제학과)교수는 “학생들이 심혈을 기울여 리모델링 작업을 했다”며 “이에 경제학과 교수들이 책장이 서적으로 가득할 수 있도록 경제학 관련 및 전공서적을 비치해 두었다”고 말했다.

순병민 학생회장은 “이제는 아늑한 분위기 조성으로 학생들이 공강시간에 과실에서 휴식을 갖는 시간이 꽤 늘어났다”며 “지난달 중간고사 전에 리모델링이 끝나 시험기간 동안 과방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엔 과실에서 흡연을 하는 일이 종종 있었고, 음식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을 때도 많았다”며 “새롭게 리모델링되면서 금연방으로 만들었고 인테리어가 깔끔하게 되어 있어 학생들이 과실을 함부로 어지럽히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제학과 과실은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겨울이 되면 추위에 고생해야만 한다. 이러한 문제는 리모델링 지원금에서 남은 금액으로 온풍기를 설치해 겨울에도 활발한 과실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타 과방, 동아리 인테리어

1. 과방이름: 문과대 서양사반 과실
2. 예산: 약 40만원
3. 예산 구한 방법: 기존에 남아있던 학생회비로 일단 비용을 감당하고 영수증 등을 모두 모아 총 비용을 합산하여 추후에 과실 리모델링 비용을 따로 걷어 충당하는 방식을 선택.
4. 리모델링 기간: 과실 정리와 대청소, 벽면 페인트칠에 이틀이 걸렸고, 사물함과 기타 가구 단장에 이틀 정도, 그리고 바닥재 시공과 기타 작업은 서서히 진행되어 완성되기까지는 총 10일정도가 소요됐다.
5. 참여인원: 전반적인 인테리어 구상은 이수인(문과대 사학06)씨, 세부디자인은 박영랑(문과대 인문07)씨와 다른 학우들이 맡음.
6. 개선사항: 과실을 쾌적하고 밝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색상 선정에 신경을 썼다. 천장과 바닥, 사물함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것이 분홍색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부 남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있다.

1. 과방이름: 인문대 독일문화정보학과 과실
2. 예산: 약 10만원
3. 예산 구한 방법: 학생회비로 충당
4. 리모델링 기간: 지난 9월 7일부터 사흘간
5. 참여인원: 학생회 집행부 6명과 새내기 대표 1명, 부대표 2명 참여
6. 개선사항: 벽에 묻은 발자국 흔적과 낙서를 연보라색의 페인트 도색을 한 뒤 꽃과 나비 등의 대형스티커를 벽면에 부착했다. 밝은 계통의 천을 구입해 낡아진 소파의 새 커버로 활용했다. 벽면의 색과 맞도록 헬로키티 시계를 구입했으며, 기구배치를 재정비했으며, 게시판은 학교에서 주워와 설치했다.

1. 과방이름: 서창동아리 탈따람
2. 예산: 약 20만원
3. 예산 구한 방법: 예비역의 지원과 버려진 물건을 활용
4. 리모델링 기간: 지난 2월 중 이틀간
5. 참여인원: 예비역 회원 6명와 집행부 3명 참여
6. 개선사항: 가장 큰 공간을 차지했던 악기장과 철제 캐비닛을 구석으로 재배치하고, 벽돌과 나무판자와 한지, 벽돌을 구입해 지저분하게 너부러져 있던 책들을 꽂을 수 있는 책장으로 만들어 활용했다. 맨발방에 적합한 구조를 갖추기 위해 기존의 책상대를 절단해 바닥에 앉아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소파는 조치원읍 시장에서 배열된 오래된 것을 무료로 받아 동아리방에 배치했다. 동아리 소품으로 사용하던 탈을 가지런히 정리해 인테리어 효과를 높였다.

글/ 정부경 기자 vicky@kunews.co.kr
이승진 기자 isky@
사진/ 김진석 기자 fireedup@
이승진 기자 i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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