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 병영 축제


차량 왕래가 많던 시장 골목에는 흰 천막들이 가득 들어섰다. 온갖 먹거리의 유혹을 뒤로하고 큰 길로 나서면 아스팔트 길 위에 담쟁이 넝쿨이 늘어진 성문이 나타난다. 해미 읍성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읍성 중에서 원형이 가장 잘 남아있어 국가 지정 문화재 사적 116호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지난달 12일부터 14일까지 바로 이 곳에서 올해로 3번째를 맞는 병영체험 축제가 열렸다.


야외 군 막사에는 색색의 조선시대 장군복과 어의가 걸려있다. 어린 아이들은 옷을 걸치고는 위엄을 뽐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동네 어른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그 앞 무예 수련원에서는 병검술, 활쏘기, 권법 등 각종 무예 훈련과 시범이 이어졌다. 실제 활을 사용한 활쏘기 시범은 화려한 몸동작으로 시선을 끌었고, 바람처럼 대나무를 가르는 병사들의 모습은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다. 조선 말기에 천주교 신자를 탄압한 순교의 현장이기도 한 이곳에서는 천주교도 압송 및 순교 성지 체험과 함께 조선시대의 옥사 체험도 함께 열렸다.


조선시대의 죄인들에게 씌우던 형틀을 보며 아이들은 겁에 질려하면서도 직접 써 보려했다. 근래에 복원되었다는 민속가옥에서는 전통 혼례식과 조선시대 죄인들을 심문하고 판결하는 마당극이 열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함성소리에 마당으로 나가보니 새끼줄로 만든 공으로 하는 축국이라는 경기가 한창이다. 그 옆에서는 윷놀이와 널뛰기, 비석치기 등의 전통 놀이로 가족들이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한복을 차려입고 축제를 찾은 동네 주민들과 학생들, 그리고 화전을 굽는 냄새로 인해 잠시 시대를 잊고 옛 선조들의 삶에 빠져든다. 한껏 풍물놀이를 즐긴 후 그 자리에서 돼지머리를 잘라 동동주와 함께 나눠주는 서산의 인심에 마음도 푸근해진다. 색색의 종이에 적은 소원을 태워 가을 하늘 높이 날려 보내는 행사로 해미 읍성에서의 병영체험 축제는 끝이 났다. 하늘로 퍼지는 연기를 바라보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성문을 나섰다. 성벽 위에 올라앉아 담소를 나누던 모습이 벌써 그리워진다.


/사진=정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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