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은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품을 그린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에 대해 즉석에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면? 열린 미술을 지향하는 홍대 앞 작업실로 한 번 찾아가 보자.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발 벗고 나선 홍대 앞 작가들이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스튜디오 유닛’(studiounit.cyworld.com)이 있다. 스튜디오 유닛은 작가들간의 교류와 소통을 위해 2004년 7월 ‘홍대 앞 작업실’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모임이다. 홍대 주변 작가 8명으로 시작한 이곳은 같은 해 10월 이름을 ‘스튜디오 유닛’으로 바꿨고, 지금은 700여명의 작가와 2400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스튜디오 유닛 소속 작가들은 대부분 대학(원)을 갓 졸업한 20대 후반~30대 중반의 젊은 작가들로 원숙미보단 참신함과 개성이 돋보인다. 일반인들의 작업실 방문을 환영하고 심지어 스튜디오 유닛에 자신의 작업실 지도와 휴대폰 번호까지 공개한 작가도 있다. 매년 10월 ‘오픈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작가들의 작업실 개방 행사도 한다. 그 곳에서 작가들은 작업의 결과인 작품과 함께 또 결과를 이끌어내기까지의 고뇌와 일상의 모습을 드러낸다.

관객과 작가의 소통을 중시하는 곳으로는 홍대 앞 카페 'E.got'이 있다. 그 곳은 아트디렉터 배영민(남 · 29세) 씨의 작업실이다. 작업 공간과 카페의 구분이 딱히 없는 것은 그만큼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그의 태도를 반영한다. 그는 카페가 자신의 공간에만 갇힌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인맥의 교차로가 되길 원한다.

‘E.got’이라는 이름은 한글 ‘이곳’을 발음하는 대로 영어로 옮긴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까페 곳곳에서 그의 감각이 묻어난다. 간판디자인부터 소품 배치까지 모든 작업이 그의 손으로 이뤄졌다. 벽면에는 그 사진 작품들이 붙어있고, 선반 위에는 그의 작업물들을 비롯해 탐나는 소품들이 놓여 있다.

공연과 전시 기획을 하는 그는 최근 ‘SG wannabe’의 ‘아리랑’ 뮤직 비디오의 작업을 했다. 내년이면 3회째를 맞는 그룹 전시회 <Free as a bird>도 연다. 배 씨는 그림을 보고 굳이 이해하거나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며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못 그렸네’ 라고 말할 수도 있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젊은 작가들은 많은 다양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것을 수용할 자세를 가지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색깔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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