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뉴욕주의 버팔로(Buffalo)에 있는 뉴욕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뉴욕주립대학은 여러 곳에 캠퍼스를 가지고 있는데 특히 버팔로 캠퍼스는 우수한 영문학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지역적으로 버팔로는 뉴욕주의 서북부에 위치하고 뉴욕시까지는 자동차로 8시간 정도 걸린다. 캐나다와 국경을 마주하여 미국문화와 캐나다문화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나이아가라 폭포가 가까이 있어 공부하는 틈틈이 자연의 아름다움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나의 유학생활을 돌이켜 볼 때 생각나는 교수님 두 분이 있어 그 분들에 대한 소개로 나의 유학 체험기를 대신하고자 한다. 한 분은 지도교수였던 마커스 클라인(Marcus Klein) 선생님이고 또 다른 한 분은 헨리 써스만(Henry Sussman) 선생님이다.

클라인 선생님은 내가 유학을 떠나기 전에 선생님의 글을 읽은 적이 있으며 꼭 지도를 받고 싶었던 분이다.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유학 초창기 시절의 미국소설 시간에서이다. 모든 것에 어눌하고 의기소침해 있던 외국유학생인 나에게 선생님은 항상 용기를 잃지 말라고 북돋워 주셨으며, 질문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수업시간에 맺은 관계가 좋은 인연이 되어 선생님을 박사논문의 지도교수로 모실 수 있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처음에는 나의 지도교수가 되기를 거부하셨는데, 그 이유는 내가 수업을 들은 다음학기에 퇴임하기로 결심하셨기 때문이다.

여러 번 간곡한 부탁의 말씀을 드리자 선생님은 나를 마지막 논문지도학생으로 받아 주셨다.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었는데 - 적절한 논문주제 선정문제, 본문의 각 장의 구성문제, 무엇으로 각 장의 처음을 시작할지의 문제 등등 - 그때마다 선생님은 내가 동요하지 않고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히 해 나 스스로 길을 찾아가도록 도와주셨다. 마치 헝클어진 실타래에 묶여 꼼짝달싹 할 수 없을 때에 그 실의 시작과 끝을 가르쳐 주신 길잡이 같은 분이었다.

논문을 쓰는 동안은 주로 선생님의 집이나 집에서 가까운 동네의 커피숍에서 선생님을 만났는데, 아직까지도 그 커피숍의 생김새와 커피향, 그리고 달콤한 머핀 냄새를 잊을 수 없다. 그 커피숍에서의 만남은 내가 논문의 한 장을 끝내고 선생님께 보여드릴 때의 기분 좋은 순간이거나, 혹은 글이 풀리지 않아 좌절해 있을 때 둘 중의 하나였다. 커피숍을 나올 때는 항상 기분이 좋았는데 그것은 선생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웅덩이(pothole)에 빠진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게“ 해주셨기 때문이다.

헨리 써스만 선생님은 비교문학과 교수로 주로 문학이론을 가르치셨다. 나는 선생님에게서 논리적인 사고법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왜(why)냐는 질문을 받음으로써 지적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선생님의 가르침은 인내심을 갖는 법이었는데 몸소 그 실천을 보여주셨다.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나 자신이 가끔 마음의 균형을 잃고 동요하는 순간 써스만 선생님이 눈앞에 어른거리곤 한다. 선생님에 대한 추억 중 잊지 못할 한 가지는 내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날 밤의 일이다. 짐 정리로 한참 정신이 없는데 선생님이 나의 집을 방문하셨다. 귀국하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추천서를 직접 가지고 오셨다. 마지막까지 학생을 배려하는 그 모습에서 나는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가를 느낄 수가 있었다.

두 분 선생님과의 경험을 통하여 나는 학생을 비평하는 교수보다 학생의 동기를 부여하여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는 그런 교수가 되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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