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하신지 한 달 남짓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잘 알다시피 나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총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다 바쳐서 학교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힘들지 않느냐’, ‘건강 조심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으니 힘들어도 불평할 리 없지요.(웃음)
후보 시절에 ‘총장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정리한 게 있는데, 요즘은 그것을 토대로 각 처와 부서들과 함께 연구하며 검토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5월 5일 개교기념일 비전선포식을 통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물가인상률 이하의 등록금 인상을 약속하셨는데, 올해 등록금 인상률은 5.9%였습니다
물가인상률 정도의 등록금 인상은 ‘학부모들이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뜻에서 한 이야기였습니다. 5.9%는 타 대학에 비하면 낮은 수치입니다. 그 중 0.5%에 해당하는 금액을 학부·대학원 장학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인상률은 5.4%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장학금 지원을 위한 기금 모금에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우리 교우가 총 25만인데 교우들에게도 부탁할 생각합니다.

출교생(퇴학생)에 대해 어떤 입장이십니까
고려대학교와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이라면 영원히 우리 고대 가족입니다. 출교생들이 본관 점거 당시 큰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수학할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 역시 배우는 입장에서 기본적인 도의와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임 초에 잠깐 천막에 들러 출교 학생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내가 “그동안의 과정을 따지면 끝이 없으니 ‘선생님, 저희들 잘못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고대인으로서 사회에 공헌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소명서 한 장 쓰면 재입학을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그건 좀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어요. 출교생들이 천막을 다시 쳤던데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과 없는 재입학은 어렵다는 뜻인가요
사과하지 않겠다는 것은 학생의 신분과 책임을 갖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런 경우 어떻게 받아주겠습니까. 그런 태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로스쿨 예비 인가 반납을 고려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제도 도입 시엔 야간 특수대학원인 법무대학원까지 폐지한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2월 4일자 교육인적자원부 공문엔 로스쿨 설치 대학은 법과대뿐만 아니라 특수전문대학원도 없애야 한다고 나와 있더군요. 본교 법대 규모가 현재 학부 1000명, 법무전문대학원 500명인데 배정받은 로스쿨 인원은 3년에 360명으로, 현재 규모의 4분의 1입니다. 이 인원으로 로스쿨을 운영하고, 언급하지 않았던 법무대학원까지 없애라고 하니. 그래서 반납을 신중히 고려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로스쿨 설치대학과 최고 정원은 정부가 정하더라도 모집 인원은 대학의 자율권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약인 ‘기부금 5000억 원 모금’은 현실 가능한 것인가요
취임 후 한 달 만에 벌써 100억 원 가량 모았습니다. 재임기간 중에 5000억 원은 충분히 모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내가 좀 낮게 발표한 거예요. 지금까지 해 왔던 교우회, 대기업, 학부모 모금뿐만 아니라 국내에 있는 숨은 기부자를 발굴하고, 해외모금도 할 생각입니다. 숨은 기부자 발굴을 위해서는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 하고, 이러한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홍보해야 합니다. 또한 해외모금을 위해서 뉴욕에 고려대학교 발전재단을 설립해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총장으로서 학교발전을 위해 전략적 사용이 가능한 일반발전기금 모금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모금 역량이 부족한 대학/대학원/연구소 등의 숙원 사업 시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단과대학간 균형 발전을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기초학문에 힘을 쏟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문리(文理)의 기본인 문과대학과 이과대학이 발전해야 해요. 공과대·경영대·법과대는 응용과학으로 다른 곳에서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지만, 문·이과 대학은 취약합니다. 기초학문 지원 재단 등을 만들어서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LA캠퍼스 건립 계획과 진행 상황을 듣고 싶습니다
해외대학에 기숙사를 건립하는 식의 아웃바운드 국제화에서 한 발 더 나가자는 것입니다. 교환·방문학생을 더욱 확대해 본교생이 LA캠퍼스에서 1년 정도 공부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현재 LA 지역의 교우들과 교회들이 많은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LA캠퍼스는 2012년 정도에 개원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준비가 미비하지만 좀 더 연구해서 개교기념일 전까지 교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를 거치겠습니다.

강의평가 공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본교 강의평가제는 잘 운영되는 편으로 다른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입니다. 이번에 동국대와 본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강의 평가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수학하는 학생들의 평가를 절대적인 지표로 삼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평가는 우수 강의평가 교수 시상의 척도로 사용하고, 강의평가 점수 최하 5%의 교원들에겐 강의를 맡기지 않는 등 제한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본교 2009학년도 입시 방향은 어떻게 정해졌습니까
새 정부에서 대학에 자율권을 준다고 합니다. 고려대는 한국의 대학 문화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중·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학입시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입학처에서 입시관련 정책 TF팀을 구성했습니다. 입시 제도를 어떻게 정비해야 중고등학교의 정상적인 교육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입시생들의 혼란을 막고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작년과 크게 변하지 않은 입학 전형을 만들 것입니다.

기여입학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립대학은 모든 경비를 직접 조달해야 합니다. 따라서 큰 건물, 중요 기자재 등에 필요한 경비 마련을 위해 기여입학제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험을 치르는 데 돈을 내고 들어온다면 그건 부정입학입니다. 기여입학제는 학교 발전을 위해 큰 기여를 한 사람의 후손 중에 고려대에 들어올 재원이 있으면 우대하겠다는 것입니다. 사립대학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학생들이 졸업 전에 3개 언어를 구사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요즘엔 영어는 필수이고 유럽권 언어 하나, 일본어나 중국어 중 하나 정도는 일상 회화가 가능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교무처장, 문과대 학장과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제2외국어 강의를 방학동안 개설하려고 합니다. 재학 기간 중에 2달씩 4번 정도, 그럼 8개월 배우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그 정도로 제도를 지원하고 학생들도 개인적으로 노력한다면 충분히 일상회화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직원들의 복지에 대한 계획은 있으신지요
학교 운영은 교수, 학생, 직원의 세 주체가 경주에 나서는 2인 3각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발전을 위해선 직원 분들의 행정적인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비정규직 직원들을 점차 정규직화해서 학교 행정에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도록 유도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직원 연수와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 전문성을 제고하고 자신감과 주인의식을 심어주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우리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졸업 후에 어떤 분야에 진출하더라도 ‘저 사람 참 쓸 만하다’, ‘좋은 인재다’라는 칭찬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연구를 잘하는 교수는 연구를 열심히 하고, 교육을 잘하는 교수는 교육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학내 구성원에게 부탁하는 당부의 말은 ‘자기가 맡은 바를 열심히 하자’입니다. 교수는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고,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고, 직원들은 행정 업무를 잘 뒷받침하고.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나아가자.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임기 후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길 바라십니까
학내 구성원들에게 ‘정말 열심히 노력한 총장’으로 기억된다면 좋겠지요. (웃음)


(인터뷰/ 류란 편집국장 · 정리/ 이후연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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