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유명 잡지인 보그(VOGUE)지는 표지만 봐도 오늘의 유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보그지는 최신 4월호에 표지모델로 흑인 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와 백인 슈퍼모델 지젤 번천을 내세웠다. 르브론 제임스는 보그지의 첫 흑인 남성 표지모델로 화제를 모았다. 더불어 보그지는 때 아닌 인종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그 이유는 바로 르브론 제임스가 포효하는 표정으로 한 손엔 농구공을 다른 손으론 지젤 번천의 허리를 안고 있는 포즈 때문이다.

영화 '킹콩'의 한 장면 같은 이 표지가 가냘픈 백인 여성을 위협하는 위험하고 야생적인 흑인 남성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보그지가 사람들을 도발하기 위해 일부러 표지를 이렇게 만든 것이라 비난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운동선수와 슈퍼모델의 화보 사진일 뿐 호사가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 반박했다.

'과민반응'을 보이는 부분은 비단 인종문제 뿐이 아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개인의 의견을 밝힐 공간이 획기적으로 증가하면서 원하든 원치 않았든 남의 의견에 쉽게 접촉하게 됐다. 그래서 여론은 쉽게 조성되고 자극적인 언론 기사에 휘둘려 사람들은 사건과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작은 것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일일이 대꾸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을 더 즐기는 사람들의 심리가 일종의 군중심리에 얹혀져 '과민반응'에 힘을 더해준다. 한쪽이 '과민반응'을 보일수록 다른 한 쪽은 더욱 신나서 상대를 자극하기 마련이다. 보그지가 의도적으로 4월호 표지를 내보냈는가는 중요치 않다. 만일 보그지가 표지에 흑인 남성 스포츠 스타가 아닌 백인 남성 스포츠 스타를 실었다면 아무런 비난도 받지 않았을까. 우리의 입과 손이 간질거리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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