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박지선 기자)
지난 11일(금) ‘변화하는 세계 속 한미관계(U.S.-Korea Relations in a Changing World)’를 주제로 콜린파월(Colin Powell) 전 미국 국무장관(이하 파월 전 장관)의 강의가 진행됐다. 현인택(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강연은 그 동안 저명한 인사들 및 석학들을 초청해 온 인촌기념강좌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것”이라며 “한미관계의 미래 분석에 있어 최고의 적임자”라고 파월 전 장관을 소개했다.

파월 전 장관은 “6.25 전쟁으로 황폐화됐던 한국은 정전협정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며 “한국의 급격한 경제발전은 중국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 군대 규모가 아닌 경제력이 국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한 ? 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비록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경제 발전의 큰 기회를 놓쳐선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월 전 장관은 이어 “북한은 체제 유지가 목표인 유일한 나라로 웬만해선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며 “내가 6자회담 틀을 마련했던 건 북한이 한국과 미국 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 스스로 안보에 대해 확신을 갖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원조 상대를 잘못 만나서 그렇지 접근 방법은 틀리지 않았다”며 “노 전 대통령은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관계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최선을 다해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파월 전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한미관계의 복원’이 훼손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 아닌가’는 질문에 “용산 주한미군기지 이전을 비롯해 여러 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때마다 한 ? 미 양국은 동맹관계를 회복해 왔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신념, 그리고 개인의 자유에 대한 공통의 가치관과 믿음이다”고 말했다.

통일 이후 주한미군 주둔 여부에 대한 질문에 “한국, 일본 등 여러 태평양 국가들이 미군 주둔을 통해 안정적인 환경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민들이 원하는 한 주한미군은 어떠한 형태, 규모로라도 주둔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남북통일 후에도 미군이 주둔할 경우 중국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 중인 중국의 티벳 사태에 대해 그는 “중국이 4대 강국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권위주의를 버리지 않는 등 문제가 많다”며 “달라이 라마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티베트의 독립 문제 뿐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보이콧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파월 전 장관은 미래 사회 부 창출의 원동력으로 에너지를 꼽았다. 그는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그 어느 때 보다도 폭증하고 있다”며 “석유 외에도 다른 에너지 체제를 찾지 않으면 자유경제체제 유지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식량생산 전문가 양성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날 강연회는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90분간 진행됐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해 강연장에 못 들어온 학생들을 위해 이기수 총장이 파월 전 장관에게 양해를 구한 뒤 학생들을 강단 위로 올라오게 하기도 했다. 파월 전 장관은 학생들의 환호에 큰 웃음으로 화답했다. 박지운(문과대 영문07)씨는 “파월 전 장군이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강연을 재미있게 잘 이끌어 좋았다”고 말했다. 조세건(연세대 컴퓨터과학01)씨는 “한미관계와 관련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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