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한국철학이 정체성을 잃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서구문물을 통해 근대적 발전을 이룬 시대적 배경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씨?사상연구소 박재순 소장은 한국근현대 시대에 동?서문명이 융합하는 문명사적 상황과 변화를 담아내는 철학을 연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형찬 교수는 철학자들의 연구방법을 지적하며 “연구자들이 전시대에 대한 이해와 현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대의 한국철학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정통 한국철학을 넘어 현대 한국철학의 정체성을 새롭게 다지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우리말로 철학하기’운동이 펼쳐진 바 있다. 외국에서 서양, 동양철학을 전공한 교수들이 자신의 전공 지식을 기반으로 한국철학을 연구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태수(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한국철학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선 동·서양의 철학을 함께 이해함과 동시에 우리의 삶과 연관된 방식으로 철학이 발전돼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