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면 많은 대학생들이 유럽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너도 나도 가는 유럽. 어떻게 하면 보다 의미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북유럽 오지 체험여행 ‘라프2008’을 기획한 (주)라피언의 기획팀장, 나영필(생명환경과학대학 농생물학과96)씨를 만났다.

북유럽 오지 체험여행을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흔히들 아프리카 같은 곳만 오지라고 생각하는데, 되레 진짜 오지는 유럽에 있죠. 일반적인 여행사의 네트워크와 경험으론 미치지 못하는 곳이 너무 많습니다. 대부분의 패키지 유럽여행은 여행객들의 입맛에 맞춰져 있는 상품이죠. 우리는 여행자 취향에 맞추지 않습니다. 1명이라도 좋으니까 우릴 따라오시오, 이런 식이죠. 여행을 통해 다른 세계를 내 사고에 편입시키는 것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예요.

여행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제대로 된 여행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여행사 관계자들 중에 ‘이것이 바로 진짜 여행’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제일 핵심적인 문제는 여행자 자신에게 있어요. 돈을 내면 ‘내가 왕이다, 뭐든지 해도 된다’는 식이죠. 유럽배낭여행을 떠나는 한국인 여행자가 매년 50만 명에 육박하는데 유럽 사람들은 그런 한국인 여행자들을 영업의 대상으로만 봐요. 여행사 역시 그런 여행자들에 맞춰서 움직이고요. 여행사업의 역사가 짧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이런 현 상황 속에서 자유로운 여행, 기행의 궁극을 지향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방학이면 많은 대학생들이 유럽 여행을 떠납니다.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여행을 하는 게 좋을까
제일 좋은 건 자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기획해서 가는 겁니다. 여행사 통하지 않고요. 최근 추세도 다 자유여행으로 바뀌고 있죠. 그 다음으로 돈을 안 쓰는 여행은 별로라고 생각해요. 한국에 있을 때보다 돈을 더 투자해서 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오는 게 좋다는 겁니다. 짧은 여행 말고 긴 여행을 했으면 합니다. 여행은 재충전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책에서 못 배우는 것을 깨닫고 오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유럽 여행 한 달이 대학원 석사 1학기 반 정도의 효과는 있어야 제대로 된 여행이 아닐까요. (웃음) 마지막으로 자동차 여행을 권하고 싶습니다. 자동차 렌트 비용이 기차표 값보다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돈 조금 더 들여서 와이드하고 와일드한 여행을 하길 바라요. 같은 나라라도 구석구석 다 보고 올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지적인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여행을 위해 그 밑거름을 다질 겁니다. 카테고리별로 문화적 컨텐츠를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준비 말이죠.
예를 들어, 지금부터 한 달간 해외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보세요. 이메일을 통해 우선 친구를 사귀는 거죠. 내가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꼭 그것부터 하고 싶어요. 그것부터가 여행이기 때문이죠. 외국에 있는 내 미래의 친구가 100명쯤은 돼야 되겠다, 이렇게 목표를 잡으세요. 그 사람들 입장에서도 아시아의 떠오르는 샛별인 ‘코리아’에 대해서 자세히 전해주는 친구가 한 명 생긴다는 점에서 당신이 필요할 겁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회적으로 앞서나가 직접 창조하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여행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이 주도해야 합니다. 대부분 여행사를 통해서 배낭여행을 다녀와서 ‘나도 갔다 왔다’, ‘나도 여행가서 외국인 친구와 사진 찍었다’고 말하는 게 전부여선 안 됩니다.
후배들이 여행지를 스스로 개척해 일본식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나와바리’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대학생 때부터 외국인에게 이메일도 보내고 직접 가서 만나보면서 네트워트를 형성하세요. 해외의 다양한 요소들을 내 속으로 편입시키는 여행을 스스로 기획해서 떠나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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