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화) 포탈사이트 다음(daum)에서 이메일이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한 오후 3시 경에는 55만 명이 접속했으며 그 중 45만 명의 이메일이 유출됐다. 이번 일은 지난 1월에 있었던 옥션 사태에 이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포털사이트인 '다음'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분노는 더욱 컸다.

단순한 메일 시스템 오류로 타인의 이메일 목록이 노출된 수준이 아니다. 타인의 이메일의 내용이 열람 가능하며 이메일 속에 있는 첨부파일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사생활 침해도 문제지만 개인정보가 유출됨에 따라 사이버 범죄나 보이스 피싱 등 2차적 위험에까지 처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 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지도 못했다. 서버 차단 등의 응급조치는 오후 4시20분에야 마쳤고 오후 5시를 넘어서야 복구를 완료했다. 다음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는 메일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는 가운데 발생한 사고'라며 서버를 차단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서비스를 중단시키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베테랑 포탈 사이트가 내부 작업 오류로 이런 중대한 사고를 내고 분별력있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 이외엔 설명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률은 76.3%며, 인터넷 주요 서비스 가운데 이메일 이용률은 82.4%에 달한다. 국민들에게 인터넷 사용과 이메일 이용은 일상이 됐다. 하지만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이트들의 인터넷 보안 의식은 인터넷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특히나 이번 일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인정보 보호를 비롯한 인터넷 문화 개선을 골자로 하는 `정보 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한 날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디 이번 사태가 잠시 동안의 핫이슈가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 구축의 기반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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