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곽동혁 기자)

지난 6일(토), 태릉선수촌에서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미란(사범대 체교05) 선수를 만났다. 고려대에 입학하는 것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겠냐는 질문에 “메달을 따고 고대에 입학하겠다”는 재치있는 답변을 한 장미란 선수. 그녀의 학교 생활에 대해 물었다.

대한 체육회 규정 때문에 잠시 학업을 중단했었는데
‘실업선수일 경우 대학에 재학중이거나 휴학중인 경우에 일반부로 등록 할 수 없다’는 규정이 문제가 됐다. 처음에는 그런 규정이 있는 줄 모르고 입학했다. 나중에 소속팀을 옮기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져 어쩔수 없이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 학교에 욕심이 있어 아쉬워 하던 차에 당시 대한체육회 김정길 회장님이 양쪽의 합의하에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게 건의해주셨다. 전국체전이라는 문제가 걸려 있어 각 시?도 사무처장들과 관련한 어려운 문제인데도 선수가 운동을 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셔서 규정이 완화되었고,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특별히 고려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 하지 않았지만 고려대에 가고 싶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가고 싶었다. 정열적이라는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운동을 하면서 고려대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고대생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학교생활은 어떤가
대학에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들어왔다. 처음엔 나이가 어린 선배들이 내가 존댓말 하는 걸 불편해해서 자리를 같이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옆에서 잘 도와주고 도움받는 선?후배 사이가 됐다. 다들 착하다. 사실 1, 2학년때는 학교에 열심히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졸업장만 받는 선수가 아니라 공부와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학생이 되고 싶다. 올림픽 준비 때문에 학교에 많이 못나갔지만 지금은 국내대회를 준비하고 있어 여유가 있다. 때문에 2학기 때는 최대한 수업에 참여하고 친구들과 생활하고 싶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행사가 있다면
어제(6일) 고연전 개막식에 참여해 응원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고연전에 가본 것은 어제가 처음이어서 응원은 잘 모른다.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갔는데 갑자기 응원단장과 총장님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뱃노래 응원을 해 부끄러웠다.(웃음) 항상 응원을 받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응원을 해보는 것이라 감회가 새로웠고 정말 재미있었다. 또한 올림픽 못지 않은 열기에 놀랐다.

고연전 개막식 때 고대생 뿐 아니라 연대생들의 많은 환호도 받았는데
앞서 말했듯이 고연전을 가본 적이 없어 서로를 비하(?)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작년에 참살이길에서 ‘연대참새’라는 글귀를 본 것이 그런 문화를 처음 접한 것이었다.(웃음) 그래서 연대생들이 내가 고대생이라고 싫어할까봐 조금 걱정했지만 박수쳐주고 내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어줘서 고마웠다. 고대생들이야 물론 같은 학우니까 반갑겠지만 연대생도 반겨줘 고마웠다.

사발식은 해 봤나
술을 잘 못마신다. 종교적인 것도 있고 술자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동기, 선배들과 그런 자리를 가질 시간도 없었다. 며칠 전 총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사발식을 못해봤다고 했더니 총장님이 해주신다고 말씀하셨다.(웃음)

역도부 동아리 활동을 한다는데
1학년 때 ‘힘의 미전’을 보러간 것 말고 특별한 활동을 하진 못했다. 부끄러운 이야긴데 어떻게 가입된건지 잘 모르겠다.(웃음) 역도 선수이다 보니 자동가입이거나, 아마 선배들을 만났을 때 “역도부 들어가야지?”하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것 때문인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교수님이 있다면
꾸준히 수업에 들어간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교수님들이 반겨주셔서 너무 고맙다. ‘중등교육’시간의 김재덕 교수님은 시인이라고 들었는데 내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주셨다. 며칠후엔 그 시를 액자에 끼워서 주셨다.(웃음) ‘스포츠영양학’ 김은정 교수님 시간에는 앞으로의 인생 설계를 레포트로 냈는데 미래 계획을 세우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분께도 고맙다.

캠퍼스 중에서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은 곳이 있다면
우선 중앙광장. 잔디가 예쁘다. 수업 끝나고 지나가다가 잔디밭에서 남학생 몇 명이 ‘위하고’를 외치며 술을 마시고 있어서 ‘여기서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또 다람쥐길. 다람쥐를 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재미있었다.

캠퍼스에서 이상형의 남학생을 만난 적이 있나
이상형이라기보다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학생을 많이 봤다. ‘멋있다’는 느낌 보다는 그냥 예쁘다. 선수촌에 있는 선수들에게 ‘학교에 갔다가 선수촌에 오니 칙칙하다’고 했더니 다른 선수들이 ‘우리가 뭐가 부족하냐’며 버럭했다.(웃음) 학교에서는 풋풋함과 신선함이 느껴져서 좋다. 이상형은 남을 배려하고 생각의 폭이 깊고 넓으며 모든 면에서 배울 수 있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서로 힘든 것도 이해할 수 있고 해결점도 함께 찾을 수 있어서 좋고 다른 분야의 사람이라면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 좋을 것 같다. 기회가 되면.(웃음)

학교 주변 음식점에서 맛있게 먹은 음식은 무엇인가
친구들과 법대후문에서 돈가스, 고대병원 아래쪽에서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가격이 싼 것 뿐 아니라 양도 많고 맛있어서 놀랐다. 사실은 내가 사주려고 갔는데 카드 결제가 안 돼 친구들에게 사주지 못했다. 아직도 못사줬는데 이번학기에는 꼭 맛있는 밥을 사줘야겠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계획하고 있는 것은
졸업식 때 10명 이상의 학우들과 사진을 찍는 것이다. 10명 이상이랑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학교생활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고대를 다녔어도 내가 학교를 다녔다는 것을 동기들이 모른다는 것은 슬픈 일일 것이다.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면서 서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며 많은 사람들을 사귀고 싶다.

곧 교생실습을 나가야 하는데
내년에 할 것 같다. 강단에 서서 다른 사람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걱정되지만 새로운 경험이고 수업의 한 과정이기 때문에 즐겁게 할 것이다. 기대도 된다. 친구들이 이왕 갈거면 공부 잘하는 남고로 가라고 농담도 한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해외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 중학교 시절의 친구에게 한달동안 네팔로 자원봉사를 다녀온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다녀오고 싶었다. 대학생들이 방학동안 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고대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취업처럼 어려운 점도 많고 힘든 상황일텐데 고대생들은 자기가 할 일을 찾아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보기 좋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대학생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렸으면 한다. 열정을 가지고 노력을 한다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고대 들어올 정도면 다 알아서 할 것 같다.(웃음) 또 운동선수들도 잘하고 왔을 때만이 아니라 항상 응원해주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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