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매일같이 야구기사를 챙겨보는 야구팬이다. 대전이 고향인 나는 어릴 때부터 연고지를 따라 한화 이글스의 팬이었다. 하지만 그저 그런 팬이 아닌 ‘진짜’ 야구팬이 된 것은 2001년부터이다. 한국프로야구 출범 이래 가장 치열한 순위싸움에서 짜릿하게 4강 포스트시즌 티켓을 거머쥔 한화를 보며 야구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그러나 이후 한화는 2004년까지 연이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다. 그 중 두 시즌은 간신히 꼴찌를 면하며 고전하던 한화는 2005년 유승안 감독을 해임하고 김인식 감독과 계약하게 된다. 이후 한화는 2007년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비록 올 시즌은 4강에 탈락할 확률이 높지만, 시즌 전 하위권으로 평가된 것에 비하면 성공적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화 대신 포스트시즌에 안착한 팀은 11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록 중인 삼성라이온즈다. 삼성은 한때 하위권에 머물기도 했지만 젊은 선수를 과감히 기용해 시즌을 마칠 때가 되니 어느새 4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스포츠에서는 이런 일이 잦다. 좋은 전력을 갖추고도 부상이 속출하거나 팀 내 불균형이 생겨 하위권으로 처지는가 하면 부상선수가 나오고도 혜성처럼 새로운 선수가 등장해 빈자리를 메워가며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는 팀이 있다. 이를 팀 저력, 팀 분위기, 혹은 ‘팀스피릿’이라고 부른다.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끝나가는 지금, 야구팬으로서 올 시즌의 기아 타이거즈를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시즌 전 기아는 선수단 구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4강권이 예상됐지만 부상이 속출하고 타선과 투수진의 불균형이 이어지며 결국 6위로 마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선수단 전력 차원에서 부족한 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해태 시절의 ‘팀스피릿’이 사라졌다는 팬들의 원성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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