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관련 위원회(이하 과거위)와 관련한 논의는 통폐합 그 자체보다 ‘무엇을 위한’ 통폐합이 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통폐합을 통해 기존 과거위가 가진 문제점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과거위의 문제점으로는 △민관 협동구조 △편향성 △권한부족 등이 지적된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민간과 정부가 반반의 비율로 참여하면서 일부 사건의 경우 제대로 된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군의문사위의 경우 조사위원 중 군 관계자가 포함돼 외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군의문사위에는 이에 대한 민원이 수시로 제기되고 있다.

출처=전국민족민주 유가족협의회

한편 현재 과거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한쪽 시각을 가졌기 때문에 진실규명도 편향적 시각에서 이뤄진다는 비판도 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임헌조 사무처장은 “이는 일반인들에게 보편적인 역사인식을 심어주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 위원회의 권한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조사대상자가 동행명령에 불응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수준이며 문서참고에 대한 권한도 없어 조사를 위해 필요한 문서공개를 관련 국가기관이 거부할 경우엔 참고인의 진술을 통해서만 조사가 가능하다. 또한 위원회가 진실규명을 하더라도 해당 기관에 조치 권고를 주는 것 외엔 강제력이 없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는 “위원회의 영향력을 축소시킬 뿐 아니라 위원회와 해당 기구가 이중으로 일을 처리해 국고낭비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이에 과거위의 전망과 통폐합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 임헌조(뉴라이트 전국연합 사무처장)
과거위의 향후 전망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며 그렇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통폐합 시 어떤 보완이 필요한가
참여정부 시절 과거위가 지나치게 많이 설치돼 효율성이 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NGO가 정부에 참여해 시민사회의 순수성이 사라진 채 친정부화 됐다. 이번 통폐합을 통해 의미가 없는 위원회는 해체돼야 하며 의미 있는 위원회도 기본적인 취지와 목적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간 과거위의 과거사 정리는 ‘좌파적 관점’으로 이뤄지면서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가 어려워졌다.

과거사 정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과거사 정리는 필요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편향적 관점의 과거사 정리가 문제라는 것이다. 과거사, 즉 역사는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반면 논쟁거리로 남겨둘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은 굳이 과거위가 아니더라도 기존의 사법부 등에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 서우영(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사무국장)
과거위의 향후 전망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이명박 정부는 과거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고 본다. 현재의 통폐합은 폐지를 위한 수순이다. 통폐합을 하면 새로운 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 경우 위원장과 위원 교체가 이뤄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이 없는 인사가 배치될 가능성도 높으며 이는 위원회의 활동축소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은 역사적 인식이 부족하며 모든 것을 경제적 논리로 해결하려다 보니 지금과 같은 사태를 맞았다.

통폐합 시 가장 필요한 것은
일단 각 위원회에 대한 과학적 검토가 필요하며 이를 통한 조직·인력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과거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처벌권을 비롯한 조사권한의 부족, 사법부 재심문제 등도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편향적인 인사가 문제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과거청산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에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과거위의 인사 구성을 살펴보면 위원회별로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국회 추천, 사법부 추천, 대통령 추천으로 이뤄졌다. 때문에 기존 여권만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보기 힘들다.

이석태(법무법인 덕수 변호사/진실과 정의 공동대표/전 민변회장)
과거위의 향후 전망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정부의 기존 정책 등을 볼 때 폐지를 위한 통폐합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촛불집회 등을 통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게 표출된 바 있으며 인수위의 발표 이후 시간이 오래 지났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통폐합 시 가장 필요한 것은
기존 과거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가적으로 과거사 정리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공감이 형성돼야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의 과거위 활동이 동력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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