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13개의 과거사 관련 위원회(이하 과거위)의 통폐합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인수위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특별법에 의해 기한이 정해진 위원회는 연장 없이 정해진 기한까지 임기를 마치고 폐지하며,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위원회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로 통폐합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게 일자 인수위는 18대 국회에서 재논의하기로 마무리 했다.

정부가 과거위의 통폐합을 추진하는 이유는 위원회의 효율성 증진을 위해서다. 현재 활동 중인 위원회는 총 500개에 달하며 이 중 과거위는 14개이다. 지난 4월 감사원은 ‘설치목적과 기능이 유사한 위원회가 중복돼 행정력과 예산이 낭비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와 ‘진실화해위’에 같은 사건 10건이 각각 접수됐으며, 이중엔 서로 다른 결론이 난 경우도 있다. 또한 감사원 보고서에선 △진실화해위가 다른 12개 과거위의 활동을 포함 △단지 활동기간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법률을 개정 △보상금 지급기준이 서로 다른 점을 통폐합 이유로 들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과거사 정리작업 자체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며 위원회간의 중복문제 때문에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반면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김현태 사무차장은 “각각의 위원회가 일하는 분야에 차이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고려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와 관련 과거위의 경우 진실이 규명된 사건에 대한 보상작업과 이를 위한 타당성 검토 등을 하는 반면 ‘진실화해위’는 진실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 기관이다. 서중석(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과거위의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통폐합을 위해선 각각의 위원회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위의 통폐합과 관련해 기본 활동기한만을 채운 채 폐지될 경우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크게 문제시 되는 위원회는 올해로 기본 임기를 마감하는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군의문사위)다. 군의문사위는 총 600건의 사건을 접수받아 조사하기 시작했으나 현재까지 불과 276건을 처리했다. 군의문사위 관계자는 “기본 임기로 끝날 경우 기한 내로 끝내기는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조사기간의 부족은 정밀한 조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기관이 민원을 받아 시작한 사업의 성격상 최대한 많은 사건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사 정리, 민주화를 넘어 사회화로>의 저자 김영수(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제대로 된 과거사 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채 끝날 경우 국가가 면죄부를 만들어주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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