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역학 과목에선 응력과 변형도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응력-변형도 곡선’이 등장한다. 이 곡선의 영역은 탄성변형 영역, 소성변형 영역, 변형도 경화 영역으로 나뉘는데 여기서 탄성 변형과 소성변형의 차이에 주목해 보자. 탄성변형의 경우 가한 힘이 사라지면 재료는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그러나 탄성변형을 일으키는 최대강도인 항복강도 이상의 힘을 가하면 재료에 소성변형이 일어나 다시는 회복되지 못한다. 또한 변형된 상태가 계속 이어져 결국엔 파괴에 이르게 된다.

  연일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뉴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세계 증시가 폭락하며 각국은 유례없이 동시에 금리를 내렸고, 지난 9일엔 IMF가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11년만에 금융지원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을 보며 문득, 지금의 국면이 어디쯤인지 수업 시간에 배운 응력-변형도 곡선을 떠올렸다. 지금의 상황과 비교되는 1930년대 경제 대공황 시절,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에서 그려진 농부 조드 일가가 대공황으로 인해 겪어야만 했던 고통과 참담함은 악몽과도 같다. 경제위기의 참담함은 소설이 아니더라도 IMF를 경험한 한국 사회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래도 그때의 위기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경제는 회복되었고 나아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과거의 위기는 항복점을 코앞에 둔 채 아슬아슬하게 탄성영역에 위치해 있었던 듯 싶다.

  각국의 금리인하 공조와 G7·G20의 국제공조방안 논의, 그리고 IMF의 긴급 유동성지원 프로그램 등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진행중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지금의 경제 위기를 다시는 회복되지 않은 채 파국으로 치닫게 할 소성변형이 아닌 탄성변형단계 내의 위기로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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