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물질들은 질량을 갖고 있다. 물질을 잘게 쪼개다 보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기본입자의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물질의 질량은 이러한 기본입자의 질량이 합해진 것이다. 
 
그런데 기본입자가 질량을 얻게 되는 과정은 아직까지 미스터리다. 그럴듯한 이론적인 틀은 준비가 되어 있는데, 그 틀에 등장해서, 실제로 기본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해 주는 입자를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힉스(Higgs)라는 물리학자가 이러한 이론적 틀을 제공했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이 입자를 힉스입자라고 부른다. 질량이 없는 기본입자에게 질량을 부여한다고 신의 입자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거창한 별명까지 갖고 있는 이 입자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이 입자를 연구할 수 있는 실험 설비가 없기 때문이었다.  
 
인공적으로 이 입자를 만들 수 있는 곳은 미국 페르미 연구소와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인  CERN(‘써어언’으로 발음) 연구소가 있다.  지난 9월 10일 CERN 연구소가 지난 20여 년 간 추진해 오던 LHC(Large Hadron Collider, 거대강입자가속기) 건설을 완공하여 14 TeV라는 최고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에 본교 한국검출기연구소에서 제작한  약 천 여 개의 입자검출기도 중요한 실험 장비로 설치되어 있다. 이제 본격적인 실험에 대한 준비를 다 마쳤다.
 
필자가 힉스입자 연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7년 CERN연구소의 CMS 책임자인 미셀 델라 니그라(Michel Della Negra) 박사의 초청이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계기로 힉스 입자를 탐색하기 위한 국제 연구 단체인 CMS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당시에 우리나라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저항판 검출기 (resistive plate chamber)라는 입자 검출기를 연구개발한 후에 CMS에 설치하여 공동 활용키로 합의하였다.
 
이 국제적인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 공동연구를 하시는 물리학과 교수님들과, 1997년 부설 한국검출기연구소를 설립하고, 저항판 검출기 연구를 시작하였다.  고난의 시작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에 저항판 검출기에 대해 알고 있는 과학자는 없었고, 모든 것을 처음부터 연구하며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연구비가 부족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부족한 글 솜씨로는 표현하기 힘든, 수 많은 어려운 일들이 있었지만, 모든 것을 다 극복하였고 저항판검출기 연구가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게 되었고, 힉스입자 탐색에 중요한 실험 장치가 되었다. 이 모든 성과는 동료 교수님들과 한국검출기연구소 연구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룬 것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과거의 일이다. 아낌없이 잊어야 할 일들이다.
 
이제 힉스 입자 연구에 대한  국제적 협력과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가슴이 뛴다. 앞으로 이 연구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청춘이란 인생의 한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는 사무엘 얼만(Samuel Ullman)의 시는 늘 힘이 되어주는 글귀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서 늙는 것이라는 그의 경고를 늘 새기고 있다.

                                                     박성근 물리학과 교수, 한국검출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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