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발에 까무잡잡한 피부의 소피아 리자(Sophia Ridza)(공과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05)씨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2003년 9월 국비장학생으로 한국에 왔다.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에 와 서울대에서 1년 동안 한국어 공부를 하고 2년 동안 동양공업전문대학에서 전자 공부를 했다. 그리고 2005년, 고려대로 편입하게 됐다.

1.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말을 잘 몰라서 불편하지는 않았나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안녕하세요’, ‘얼마에요?’, ‘깍아주세요’, 이 세 가지만 외우고 살았어요. 그런데도 한국 사람들이 한국말 잘한다고 해줬어요. (웃음)

2. 학교 안에서 유명세를 겪지 않나
저는 공대생이라 주로 이공계 캠퍼스에 있는데, 공대생은 저에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서 편해요. 사람들이 알아보면 불편하거든요. 피곤하면 웃는 표정을 지을 수가 없는데, 웃지 않으면 거만해보이잖아요.

3. 학교 밖에서는 어떤가
인사도 하고 사진 찍고 싶다고 하면 같이 사진도 찍어요. 그런데 고등학생들이 절 보고 소리 지르는 게 이해가 안 돼요. 한명이 소리 지르면 주변사람들이 다 보잖아요. 그런 건 조금 불편해요.

4. 어떻게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를 신청하게 됐나
저는 말레이시아 관광(Malaysia Tourism)에서 소개를 받았어요. 미수다가 처음 방영됐을 땐 대사관이나 길거리에서 외국인들을 뽑았는데, 지금은 인기 있으니까 사람들이 신청도 많이 하고, 면접도 봐야하나 봐요.

5. 미수다 출연 후 얻은 것이 있다면
첫 번째는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다는 거죠. 그리고 제가 졸업반이잖아요. 요즘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면접관들이 많이 알아봐요.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지만 제 입장에서는 단점인 것 같아요. 면접관이 ‘소피아’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미수다 캐릭터를 생각할 것 같아요.

6. 혹시 미수다에 출연한 것을 후회한적 있나
아뇨. 미수다 덕분에 말레이시아에 대해 많이 알릴 수 있었으니까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말레이시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어요. 미수다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7. 한국에 와서 TV에 출연하리라고 상상도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수다와 같이 외국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사람들이 한민족이라서 외국인을 다른 민족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원래 민족이 세 개고, 영국 식민지 시절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외국인에 대해 특별히 다르게 생각지 않아요. 그런데 미수다에 출연하는 외국인들이 다 한국말을 하잖아요. 그것처럼 말레이시아에서 외국인들이 말레이시아어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좋겠죠.

8. 친한 한국 친구가 있는지
학교에서 같이 다니거나 밥을 같이 먹는 한국 친구는 있는데, 친한 한국 친구는 아직 없어요. 근데 저 한국 이모 있어요. 진짜 친해요. 정동진으로 여행을 갔다가 이모 가족을 만났어요. 그때는 저도 한국말 진짜 못했고, 그 가족도 영어를 아예 못했는데 어쩌다보니 친해졌죠. 그 후에 같이 여행도 하고 이모가 집으로 초대도 했어요. 처음에도 ‘아주머니’나 ‘언니’라는 말을 몰랐었는데 ‘이모’라고 부르면 된다고 알려줬어요. 이모가 한국 문화도 많이 알려줬죠. 어떻게 보면 운명인 것 같아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부모님의 사랑이 많이 그리웠는데, 이모가 부족한 사랑을 채워줬거든요.

(사진=박지선 기자)
9. 가족들이 보고 싶지 않나
보고 싶죠. 어쩌다보니 계속 한국에 있었네요. 이모가 있으니까 부모님 보고 싶을 때마다 이모한테 갔어요. 가면 맛있는 음식도 많이 해주거든요.

10. 학교 주변에 어디서 주로 식사하나
참살이 길은 좀 비싸고 정대후문이요.

11.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무엇인가
생선구이하고 알밥이요. 저는 이슬람교라서 돼지고기를 못 먹거든요.

12. 공강시간에는 주로 뭘 하나
친구들이랑 놀죠. 술 못 마시니까 노래방도 가고 영화도 보고 카페에서 얘기도 하고. 한국 친구들이랑 이태원가서 우리 음식도 소개해주고, 서로의 문화를 알려줘요.

13. 시험공부는 어디서 하나
하나스퀘어 열람실에서 해요. 근데 여기 삼성백주년기념관 열람실에 비하면 공간도 좁고. 그거 안 됩니다! 더 넓어져야해요! 이공계 캠퍼스에도 투자를 더 많이 해주세요. (웃음)

14. 좋아하는 교수님이나 강의가 있나
제가 듣고 있는 수업 중에 ‘Ambassador Lounge’ 라고 있어요. 수업시간에 대사님들 초대하고 글로벌 리더에 대해 배우는 수업인데, 좋을 것 같아요. 짧은 기간에 글로벌 리더에 대해 배울 수 있으니까.

15. 한국 학생들만의 특징이 있나
잠 안자고 공부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술을 계속 마실 수 있는 것. 마지막으로 고연전하고 입실렌티에서 하루종일 놀 수 있고 응원할 수 있는 것. ‘애교심’이 한국 대학생들의 특징인 것 같아요.

16. 고연전/입실렌티에 가봤나. 응원도 할 줄 아나
가봤어요. 재밌었어요. 근데 사람들이 경기보다 응원에 더 신경 쓰는 것 같아요. 저는 경기 보는 게 더 재밌어요. 한국 학생들이랑 노는 것도 재밌어요. 우린 응원을 잘 몰라도 한국 친구들 따라하면 되거든요.

17. 좋아하는 응원곡이 있나
‘캉캉’이랑 ‘엘리제’가 제일 좋아요. ‘연세 baby’ 이건 가사가 웃겨요.

18. 얼마 전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했다고 들었다.
지난 여름방학 때 한 달 동안 삼성건설에서 ‘글로벌 인턴’으로 일했었어요.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졸업 후에도 한국에서 1~2년 정도 건설이나 전자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요.

19. 고려대학교에서 마지막 학기인데 하고싶은 말은 없나
제가 만약 고대로 편입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재미있는 대학생활을 못했을 것 같아요. 고대생이라서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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