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학력위조 파문의 시발점이었던 신정아 씨는 끝까지 자신의 예일대 학위가 사실이라며 자백을 거부했다. 이에 각 언론에선 장기간에 걸쳐 당당하게 거짓말을 하는 신 씨에 대해 그가 ‘병적 허언증’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거짓말을 하는 습관이 심해지면 위 사례와 같이 ‘병적 허언증’ 등의 심리장애로도 발전할 수 있다. 병적 허언증이란 자신이 말하는 내용이 거짓말인데도 그것을 진실처럼 스스로 믿어버리는 증세를 말한다. 즉, 지속적인 거짓말 행위로 인해 공상과 현실을 혼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성주 씨의 저서 <몸지키는 몸이야기>에서는 ‘파일에 새 내용을 덧칠하다 보면 옛날 내용이 없어지는 것처럼 한 가지를 옳다고 되풀이해서 믿으면 거짓말이 진실이 된다’고 설명한다.

병적 허언증은 미국 워싱턴대학(Univercity of Washington)의 다니엘 폴라그(Daniel Polak ) 교수가 연구한 바 있다. 폴라그 교수는 140명에게 거짓말을 시킨 다음 되풀이해서 물었더니 10%는 자신의 거짓말을 나중에 진실로 여기게 됐다고 1999년 미국에서 열린 ‘미국심리학협회’(America Psychological Association) 연례학회를 통해 밝혔다. <심리학 콘서트> 저자 다코 아키라는 저서를 통해 ‘특히 허영심이 심해서 실력 이상으로 자신을 남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지기 싫어하고 자기 중심적인 사람들이 병적 허언증에 걸리기 쉽다’고 설명한다.

대학 사회에서도 병적 허언증으로 인한 에피소드가 발생한 적이 있다. 지난 6월 서울대 재학생 커뮤니티 스누라이프(SNUlife)의 ‘거짓 연애담 소동’을 일으킨 장본인 역시 자신의 행동을 병적 허언증으로 변론했다. ‘거짓 연애담 소동’은 한 재학생이 거짓 연애담을 실제 있는 일인 양 연재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곧 다른 학생들에 의해 그가 1인 2역을 하며 거짓글을 올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비난글이 쇄도했다. 글 게시자는 파장이 커지자 자신이 ‘해리성(자아분열) 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만든 가상의 인물과 실존의 나 사이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게시판을 통해 해명하며 마무리됐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