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경민 기자)
자녀 교육엔 필연적으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자신의 가치관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본교생들은 미래에 자녀를 어떻게 교육할까? 본지는 지난 4일(화)부터 7일(금)까지 4일에 걸쳐 본교생 3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0.6%가 ‘여건이 된다면 자녀를 외국에서 낳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답이 36.4%로 가장 많았으며 △외국 시민권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21.4%) △한국의 육아 환경이 외국보다 좋지 않아서(20.1%) 등이 뒤를 이었다. 이채윤(사범대 교육08)씨는 “매번 바뀌는 교육부 정책에 휘둘리는 우리나라의 암담한 교육 현실을 자녀만큼은 겪게 하고 싶지 않다”며 “어릴 때 외국에 살게 되면 외국어도 자연스럽게 익히는 등 여러모로 이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학생들(84.1%)은 ‘여건이 된다면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 보내겠다’고 답했다. ‘보내지 않겠다’고 답한 이들은 11.1%에 그쳤다. 유학을 보내겠다고 답한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49.9%) 학생들이 ‘자녀의 시야가 넓어지고 국제적인 감각이 길러질 것 같아서’를 그 이유로 꼽았으며,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27.7%)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홍후조(사범대 교육학과)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외국어 구사 능력에 의해 더 나은 미래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 말했다.

한편 유학 희망 시기는 △초등학교 입학 이전 12% △초등학교 1~6학년 22.9% △중학교 1~3학년 24% △고등학교 1~3학년 5.2% △대입 이후 30%로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는데, 특히 현 교육제도상 의무교육기간으로 규정돼 있는 초·중 시기에 자녀의 유학을 희망하는 이들이 전체의 46.9%에 달했다. 김선업(문과대 한국사회연구소)교수는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는 본교생들이 국내 공교육의 비효율성을 몸소 체득한 결과”라며 “해외에서의 경험이 대학 진학에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반 공교육에 대한 실망은 곧 제도권 내의 소수 상위권 학교에 대한 선호로 이어졌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의 국제중학교 설립에 관한 질문에 상당수(39.1%)의 학생들이 ‘자녀를 국제중학교에 보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자녀를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에 보낼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59.8%에 달했다. 특목고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양질의 교육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45.3%) △학습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아서(30.9%) 등을 꼽았다. 실제로 본교생 특목고 출신 비율은 14.45%, 안암캠퍼스의 경우 20.9%다.

‘만약 자녀의 성적이 최상위권이 아니라면 사교육을 시키겠느냐’는 질문엔 응답자의 68.8%가 ‘사교육을 시키겠다’고 답했다. 정 모(문과대 영문07)씨는 “(사교육에) 비판적 생각을 갖고 있긴 하지만 학벌사회인 한국에선 어느 정도 대학을 가야 사회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냐”라며 “사교육은 제도권 내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을 냈다.

응답자의 29.1%가 자녀가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한다면 ‘재수를 시켜서라도 명문대에 합격하도록 하겠다’고 답했으며,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겠다(14.3%) △입학 후 반수 또는 편입을 권하겠다(12.5%)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대학은 중요하지 않으므로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견도 25.3%를 차지했는데, 이는 ‘학벌 하나만으로는 더 이상 개인의 경쟁력 및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자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녀의 희망 대학이나 전공, 직업에 대해 학생들은 여전히 기존의 사회적 가치에 의해 설정된 상류층 전형을 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관식 답을 표기한 190명의 학생 중 33%(63명)는 자녀의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하겠다고 답했지만, 동시에 상당수가 △의사(17명) △CEO(14명) △법조인(11명) 등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고 경제적 능력도 보장되는 전문직을 선호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자녀가 자신과 같은 고려대(51명)나 서울대(32명)에 진학하길 희망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김 교수는 “사회적 가치나 이념적 평등을 중시했던 과거의 대학생들과 달리, 비판적 성찰 과정을 생략한 채 현실주의적 가치를 철저히 내면화한 현세대의 특성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이는 교육 제도에 대한 비판과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의 불평등을 인지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할 ‘여유가 없는’ 지금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엘리트로서의 책임의식을 외면하는 이들이 향후 기성세대가 된다면 기존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리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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