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문과대 불어불문) 교수
프랑스 고전의 특성은 무엇인가
프랑스는 본래 고전주의적 전통이 발달한 나라다. 프랑스 문학의 전체적인 특성은 고전주의라고 할 수 있다. 흔히 프랑스 문학하면 낭만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요소가 많다. 프랑스 자체가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사고가 발달하다보니 고전적 전통이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점에서 고전적인 특성이 나타나는가
고전은 인간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다. 고전은 다른 말로 모라리스트 문학이라고도 하는데, 이 단어 자체가 프랑스 문학의 특징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20세기 프랑스 문학가를 살펴보면 까뮈(Albert Camus),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그리고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르 클레지오(Jean Marie Gustave Le Clezio)가 있는데 이들의 대표적은 저서들도 인간 자체에 대해 논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고전의 범위를 어떻게 잡고 있나
고전에는 다양한 방식의 정의가 가능하다. 좁은 의미의 고전은 고대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생명력을 유지하는 작품을 말한다. 그보다 조금 넓은 의미의 고전은 고전주의적 전통을 가진 작품을 말한다. 프랑스는 희랍, 로마의 영향을 많이 받아, 17세기부터 이를 따른 고전주의적 전통이 발달했다. 가장 넓은 범위에선 명작을 고전으로 분류한다. 프랑스는 고전이 발달하다보니 정의하는 범위도 넓다.

프랑스 고전의 재해석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종류의 고전 재해석은 사실 프랑스에서는 시작된 지 오래다. 앞서 말했다시피 고전이 발달한 나라다보니 고전에 대한 재해석도 활발하다. 프랑스 문학을 이용한 뮤지컬이나 영화는 몇 백 년 전부터 이뤄져왔기 때문에 한두 번의 차원이 아닌 네 번, 다섯 번 씩 재해석이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프랑스에선 고전을 ‘재해석’의 관점이 아닌 ‘끊임없이 해석’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프랑스에서 고전에 대한 재해석의 새로운 시도에는 어떤 사례가 있는가
문학의 경우 기존엔 대작가의 대작품 위주로 재해석이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것이 무너지고 있는 추세다. 더불어 하나의 고전 작품이 하나의 장르로 재해석 되는 것이 아니라 장르를 넘나들며 계속해서 새로운 해석이 이뤄져 고전과 고전이 아닌 것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또한 일반적인 문화현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던지는 경향도 있다. 즉, 한 시대가 가진 주류 이론에 대한 연구를 넘어서서 그 시대의 정신사적 풍경 등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벽을 허물면 관심사가 다양해지면서 좀 더 폭넓고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프랑스에서 고전 교육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
프랑스는 인문학을 숭상하는 전통이 있어 학교에서도 인문학 전반에 대한 강의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철학과 문학의 구분 없이 인문학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면서 고전교육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프랑스 고전 입문서를 추천해달라
사실 프랑스 고전 중 대표작을 선정하기란 어렵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의 경우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가 있다. 예컨대 영국하면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독일하면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스페인하면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이탈리아하면 단테(Alighieri Dante) 와 같은 식이다. 그런데 프랑스는 대표적인 작가가 없다. 굳이 고르자면 사르트르의 <마리>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자신이 어떻게 문학을 시작했고 어떤 환멸을 느꼈으며, 그럼에도 왜 계속 하는지 등의 내용을 담은 일종의 문학적 자서전, 자기고백서이다. 글 쓰는 행동 전체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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