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문과대 노어노문 교수)
러시아 문학에서 고전의 범위는 어떻게 되나
푸슈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부터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를 러시아 고전문학의 범위로 잡고 있다. 러시아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문학의 발전이 늦은 편이다. 19세기 푸슈킨의 문학과 함께 고전문학이 발달하기 시작했으며 프랑스를 비롯해 영국,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 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러시아 고전의 특성은 무엇인가
러시아 고전은 다른 유럽의 고전에 비해 이성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측면이 크다. 특히 인간의 복잡한 내면심리에 대한 천착과 약자에 대한 연민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19세기 선진문물의 수입과 함께 심해진 빈부격차 등의 경제적 후진성으로 인간성의 왜곡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약자에 대한 연민과 같은 특성이 한국의 상황과 비슷한 이유 때문인지 다른 유럽의 고전에 비해 러시아 고전은 한국과 영향이 깊은 편이다. 도스토예프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나 톨스토이(Lev Nikolaevich Tolstoi)의 문학은 식민지 시절부터 우리나라 국민들이 읽었다. 한편 러시아 고전은 자연에 대한 경배도 큰데 이는 국가가 넓다보니 자연에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소련의 통치가 러시아 고전에 미친 영향도 있을 것 같은데
푸슈킨은 소련의 통치에 의해 유명해진 대표적 사례다. 푸슈킨은 사실주의의 대가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푸슈킨의 작품은 함축적이어서 여러 방향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때문에 그의 작품이 소련의 이념으로 변용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됐다. 반면 상징주의 등 모더니즘 계열 작가들의 작품들은 배척됐다. 모더니즘 작품은 국민들에게 유용한 지침을 주도록 해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등 당시 많은 작가들이 자국에 머물며 내적 망명을 하거나 다른 나라로 망명 해 활동을 하게 됐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고전의 재해석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재해석에 앞서 우선 현재 러시아 고전은 소련 통치에 의해 이뤄진 편협하고 일면적인 해석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망명 작가의 작품들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또 다른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고전의 재해석의 특징은 자국의 문학을 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보리스 고드노프(Boris Godunov)나 예브게니 오네긴(Evgenii Onegin), 스페이드의 여왕(Pikovaya Dama) 등 러시아의 유명 고전은 그 자체로 오페라나 곡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고전의 재해석이 국가의 구분 없이 이뤄진다는 점과 대비된다.

재해석의 과정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고전의 재해석이 고전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재해석으로 인해 원작이 가진 본질이 훼손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푸슈킨의 작품을 활용한 오페라는 거의 100여 개에 달하는데, 재해석 된 작품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본래 고전이 갖고 있던 의미가 변하고 퇴화되기도 한다.

러시아 고전이 가지는 의의가 있다면
무엇보다도 ‘휴머니티’를 들 수 있다. 러시아 고전의 인간에 대한 연민, 인간심리에 대한 천착은 인간 소외, 정체성 상실 등의 문제를 가진 현대사회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러시아 고전 입문서를 추천해 달라
본교 석영중 교수의 도스토에프스키 해설서인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를 추천하고 싶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주요 작품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의 작품을 접한 적이 없는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에는 러시아 고전 번역서는 많지만 소개하는 좋은 책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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