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   수

신년사

고대 가족 여러분!

기축(己丑)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6만 고대 가족 여러분과 고려대학교를 사랑하고 성원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새해 인사를 올립니다.

지난 해는 우리 사회는 물론이고 지구촌 전체가 유례없는 혼란과 도전에 직면했던 한 해였습니다. 우리는 많은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면서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뼈를 깎는 어려움 속에서도 각 분야의 제 자리를 묵묵히 지키면서, 우리 사회 공동체의 변함없는 주춧돌 역할을 해주신 고대가족 여러분의 노고와 분투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애정 덕분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고려대학교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연구선도대학, 그리고 글로벌 명품인재 양성기관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굳히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했습니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외롭거나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고려대학교는 사회과학과 생명과학, 인문학, 그리고 전문가 평가까지 포함하는 최근의 글로벌 대학평가에서 국내 사립대학 중에서는 수위를 차지했으며 세계 100위에서 150위권의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글로벌 전략 부문의 성과는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지난 1년간 우리는 67개국 612개 대학에 2,189명의 학생을 보내고, 1,118명의 외국인 학생을 받았으며, 국제하계대학은 전세계에서 몰려 온 1,450명의 학생들이 110개의 강좌를 수강했습니다. 우리는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국제하계대학 프로그램의 규모와 내용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우리가 이미 확보하고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최첨단 교육 인프라에 힘입은 바 큽니다. 올해에도 고려대학교는 글로벌 명품인재 교육기관의 명성에 걸 맞는 교육 인프라의 확장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세종캠퍼스의 호연학사 제4관, 보건과학대학 도서관, 중국 인민대 고려대학회관, 교육관, 석원경상관, 민자유치 학생기숙사가 곧 준공될 예정이며, 종합강의동과 언론관, 경영대 G50관, 정보통신관, 의학관, 고층시공자동화연구단 연구용건물 등이 올해 안에 착공될 것입니다. 개교 이래 최대 규모가 될 교육 인프라 확장 계획은 전적으로 재단과 교우회, 그리고 고대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헌신적인 배려와 성원 덕분에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명품인재 양성과 연구 선도대학으로의 도약은 외형적인 인프라 구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입니다. 올 해에도 고려대학교는 각 분야의 세계 석학들을 대거 영입하고, 보다 혁신적인 교육 및 연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자 합니다. 미래사회의 리더는 최고의 지성은 물론이고 뜨거운 가슴으로 세상을 품을 줄 아는 명품 인성도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칭 교양대학을 설치하여 기존의 교양교육을 대폭 보완하여 학생들이 삶의 현장을 체험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미래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이미 학생과 교수, 교직원으로 구성된 사회봉사단을 창단하였으며, 지난 해 말부터 각종 사회봉사활동을 전개하여 인류와 사회에 기여하는 도덕적 지성을 몸소 실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학 내의 교육 및 행정 시스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혁신이 필요합니다. 대학이 갖고 있는 소중한 자원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이 역시 교우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 그리고 교수, 교직원, 재학생들의 뜨거운 사랑과 열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의 빙산이 녹으면서 펭귄들은 삶의 근거지를 잃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인류도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지탱해 온 가치관과 패러다임이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빙산을 잃은 펭귄에게 새로운 생존전략이 필요하듯이, 우리 인류도 새로운 용기와 전략으로 무장해야 할 때입니다. 대학은 새로운 가치와 지식의 생산에 주력하여 새로운 인류 미래를 선도해야 합니다. 저는 지성과 인성의 개발에 역점을 둔 고려대학교의 경쟁력 있는 글로벌 명품인재 교육이 그 선두에 서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는 시련과 위기에 봉착한 인류와 국가의 미래에 가장 앞서 기여할 것입니다.

인류 역사는 언제나 시련을 전진의 계기로 삼아왔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나일강의 홍수에 응전하는 인간의 노력은 기하학과 측량법, 기상학과 천문학을 발달시켰습니다. 우리 고려대학교도 민족의 주권을 잃어버린 미증유(未曾有)의 상황에서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했으며, 전쟁의 폐허 위에서도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냈고,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온 몸으로 지켜왔습니다. 고려대학교는 국가와 민족이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지식과 실천 역량을 총동원하여 사회공동체와 구성원이 용기를 갖고 위기에 맞설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민족의 대학을 자임해 왔습니다. 이제는 민족혼과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동체를 선도하는 새로운 소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대 가족 여러분.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입니다. 고려대학교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멀리 있는 곳의 나무를 먼저 베어오도록 가르쳤다는 교자채신(敎子採薪)의 마음으로 시대가 원하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겠습니다. 미래를 위해 커다란 꿈을 키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힘을 합하는 일에서 우리의 새 희망은 시작될 것입니다. 새로운 ‘희망 프로젝트’에 고려대학교를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성원과 동참을 기대합니다.

올 한 해도 여러분 가정에 행복과 기쁨이 가득하기를 다시 한 번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09년 1월 1일

고려대학교 총장  이   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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