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박광미 기자)
한국사에 대한 관심 하나로 이순(耳順)이 넘은 나이에 현해탄을 건너온 일본인이 있다. 올해 65세가 되는 이와타 스스무(岩田 晋·문과대 한국사학04)씨가 3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본교 문과대 최고령으로 학사모를 쓰게 됐다.

이와타 씨는 지난 1968년 와세다대 상학과를 졸업한 뒤 회사에 들어가 정년까지 일한 평범한 일본인이었다. 하지만 역사에 대한 관심은 학창시절부터 남달랐다. 중·고등학교 때는 물론, 대학 시절에도 역사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고적답사를 하다 보니 일본의 유물이 한국의 것과 문화적으로 유사함을 알게 됐고, 이때부터 한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꿈을 좇아 한국을 찾은 그는 지난 2006년 본교 한국사학과 편입학 전형에 합격했다. 처음엔 외국어로 한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느라 난관에 부딪혔다. 첫 학기에는 필수 과목에서 C+를 받고 절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지난 2007년 2학기엔 평점평균 4.11을 기록해 최우등생이 되기도 했다.

높은 성취도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로 그는 재직했던 회사의 철학이었던 ‘3現주의’를 들었다. “3現주의란 △현장 △현물 △현실에 답이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장에 가서 현물과 현실을 보고 느껴야 한다는 거죠. 이를 역사 공부에 적용하면 ‘현지답사’가 됩니다”

이와타 씨는 입학 전에도 틈나는 대로 한국을 방문해 고적을 답사했던 ‘답사 마니아’다. 30여년 전 경주 방문을 시작으로 77번이나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 터를 잡고 본교에 적을 둔 뒤로는 휴일이면 어김없이 역사의 현장을 찾았다.

이와타 씨는 오늘(25일) 졸업식을 치르고 3일간 마지막 답사를 떠난 뒤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는 “내가 배운 지식이 나만의 것이어선 안 된다”며 “내 역사지식을 일본인들과 공유해 양국 간 역사인식의 차이를 좁혀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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