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돌 들어라’ 그 후… 조직화 절실한 20대 운동
‘짱돌 들어라’ 그 후… 조직화 절실한 20대 운동
  • 전혜원 기자
  • 승인 2009.03.0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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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88만원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토플이나 GRE(미국대학원입학자격시험) 점수가 아니라, 그들을 위한 바리케이드와 그들이 한 발이라도 자신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한 짱돌이다” 세대 간 불균형을 처음 공론화한 <88만원 세대>(우석훈, 박권일 공저)는 20대를 정의하는 신조어로 자리 잡으며 우리사회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문제제기 이후 20대 당사자 운동은 어떻게 전개됐을까.

새로 출범한 대표적인 당사자 조직으로는 희망청을 들 수 있다. 희망청은 노동부 공익법인 함께일하는재단이 지원하고 사회적기업 노리단이 위탁운영하는 비영리단체(NPO)다. 지난해 20대 권리 확보와 청년실업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오프라인 및 미디어 퍼포먼스(88무브먼트) △사회적기업 교육프로그램 운영 △일본 청년시민단체와 교류 등의 사업을 벌였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고은진 씨는 “모든 사업은 전적으로 20대 기획자들이 결정하고 추진했는데, 이는 우리 세대가 단순히 지원의 대상이 아닌 능동적 삶의 주체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정치를 통해 20대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청년단체 및 대학생들로 구성된 ‘20대 국회의원을 만드는 모임’은 지난 18대 총선 당시, 20대를 대변할 정치세력이 없음을 비판하며 비례대표 상위순번에 20대 후보를 공천할 것을 각 정당에 요구했다. 실제로 민주노동당에선 6명의 20대 후보가 출마하기도 했다. 진보신당은 제2창당과 함께 ‘비정규직과 88만원 세대를 위한 정당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당내에 88만원세대위원회(위원장=심상정)를 구성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기존의 학생위원회나 청년위원회와는 달리 그들이 처한 현실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위원회를 만든 것”이라며 “20대와 비정규직, 여성을 우리사회 취약 계층으로 보고 이들 간의 실질적 연대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년실업 및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기존 시민단체들도 20대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참여연대는 젊은층의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자 인턴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이곳 노동사회위원회 3기 인턴으로 활동한 대학생 이한나 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느꼈던 열악한 근로조건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 최저임금법 관련 컨텐츠를 제작하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청년연합회(KYC)는 지난달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체리(Change Leader) 1기를 모집해 3주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들은 오는 6월까지 20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각종 조사 및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정부 및 기업의 실질적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청년센터,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등의 단체는 지난해 청년실업극복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청년실업해소를 위한 각종 입법청원운동을 전개했다. 전국 60여개 대학 총학생회 및 단과대 학생회가 참여하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초임삭감 등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일자리 나누기나 10개월짜리 아르바이트로는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이 대통령이 대졸자에게 실업증서를 수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20대 당사자 운동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청년실업에 대한 실질적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데도 여전히 절대다수의 20대는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고용할당제에 따른 인센티브 및 패널티 도입을 골자로 한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을 제안했던 조국(서울대 법학과)교수는 “실업 문제를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정부와 기업이 로제타 플랜 등의 제도적 해결책을 내놓도록 집단 움직임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사자 운동뿐 아니라 전사회적 공동대응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희망청 고은진 씨는 “지난해가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20대 운동이 사회 전반에 자리잡아 가는 배양의 시기가 될 것”이라며 “아마추어적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는 20대 운동의 특성상, 전문가 집단을 조직하고 사회 각계각층과 연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88만원 세대>의 공저자인 박권일 씨는 “20대 비정규직 및 실업자 문제는 결국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세대 간 연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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