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위해 '자살'이라는 단어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았다. 블로그, 카페, 이미지 등 비교적 사적인 공간에서는 어떠한 검색결과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나마 사전, 뉴스, 책 등의 카테고리에서 검색결과가 나타났다. 그 포털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자살을 '금지어'로 정한 듯 했다. 며칠 후 우연히 '나체(裸體)'라는 단어를 검색했더니 성인키워드여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단다. 전혀 외설스런 느낌이 들지 않았던 단어가 갑자기 야한 단어로 느껴졌다. 평소에 거리낌 없이 쓰던 단어들이 포털 상에서 금지어라는 것을 깨닫자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이트마다 금지어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제시한 기준과 자체 기준에 따라 설정된다. 그러나 이 금지어의 선정 기준은 정말 사이트 '나름'인 것 같다. 한 사이트에선 대표적인 욕설은 금지어가 아니지만 마약, 자살 등은 금지어이다. 또다른 사이트에선 웃음소리를 표현한 'ㅋㅋ, ㅎㅎ'도 금지어다. 이렇게 어떤 사이트에서는 금지어인 단어가 다른 사이트에선 검색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전라북도의 모든 공문서에 '신빈곤층'이라는 단어가 '위기가정'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정부가 '신빈곤층, 소외계층, 혁신, 참여' 등 이전 정부 때 쓰던 용어에 대해 정부 내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는 말도 돌았다. 미국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국유화 대신에 `민영화 전(前) 단계(Pre-privatization)`란 단어를 사용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유화가 그들이 이념으로 내세운 시장자유주의에 반하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그 '뜻'이 아니라 '사용'에 본질이 있으며 언어는 실제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공간, 특정 집단 안에서만 쓰지 않는다고 그 단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금지어를 만들어 포털과 정부가 얻으려는 효과는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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