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는 많지만 제대로 된 평론은 없다? 아니다. 이제 진정한 평론의 시대가 왔다. 1인 미디어를 이끌어 나가는 블로거(Blogger)들이 평론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기존 평론계의 관행을 둘러싼 논란이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대형 출판사 내지 언론사와 야합하는 형태를 취한 평론가들 때문이다. 대형 출판사와 신문사가 작품 의 상품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평론가에게 서평 또는 해설 등을 맡기게 됐고, 이는 평론의 비판적 기능을 마비시켰다. 전문적 지식을 갖추지 못한 신문 기자들이 문화 평론을 대신하는 현실과 권위 있는 평론매체의 부족도 평론계가 갖는 한계로 지적받고 있다.

평론가로 등단하기 위한 기존의 경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요 일간지의 신춘문예 당선과 잡지의 추천 및 공모를 통해 △문학 △영화 △미술 △음악 평론가로 데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을 경우 책을 출판해 중앙문단에 인준을 받거나 논문, 잡지 등에 실은 글이 평단에 주목을 받아 등단한다. 하지만 신춘문예는 일회적인 검증의 성격이 짙어 당선자의 능력을 완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탁계석 음악평론가는 “신춘문예와 같이 검증적 성격의 제도로 등단했을 때 이후 그 자질이나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며 “평론계는 입문이 자유로운 공간이지만 그만큼 걸출한 실력을 요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인 미디어인 블로그의 등장은 기존의 비평 문화에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고 있다. 블로그는 진입 장벽이 없는 열린 미디어로서 사회적 이슈를 빠르게 만들어낸다는 특성을 갖는다. 블로그를 통해 평론 활동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아마추어인데도 △대중 △예술가 △평론가와 즉각적인 상호작용을 주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블로그를 거쳐 다른 매체로 활동 범위를 넓혀 평론을 하는 사람도 점차 늘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과 ‘로쟈의 저공비행’이라는 블로그에서 인문 비평과 서평 활동을 해오던 이현우(서울대 노어노문학과 강사) 씨는 현재 <한겨레21>에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연재하고 있다. 블로그 ‘문화의 제국’의 운영자 김홍기 씨 또한 미술과 패션에 관한 문화적 견해를 그림과 함께 쉽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해져 계간 교육잡지 <知>에 ‘딸에게 들려주는 미술 이야기’를 싣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박진(인문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는 “블로거의 평론 활동이 길이나 밀도, 깊이 측면에서 다소 취약할 수는 있지만 기존 평론이 하지 못했던 감각적이고 간단명료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잡지나 신문사에서 블로거에게 글을 청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 말했다. 

하지만 1인 미디어 평론이 발전하기 위해 비전문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들려온다. 인문학적 소양의 토대인 대학 내 비평 교육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에서 이뤄지는 비평 교육은 시간적 제약 때문에 실질적인 훈련보다는 이론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동호(문과대 국어국문학과)교수는 “문화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극대화되면서 비평의 범위가 확장됐으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피상적인 비평은 일반 대중의 시야를 가리는 방해물이 될 수 있다”며 전문적 비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부천문화재단(이사장=홍건표)은 청소년 시기의 비평 교육 방향을 제시한 <비평, 세상>(2007)을 발간하기도 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사안을 전체적으로 파악해 통합하는 능력은 오랜 기간에 걸친 다방면의 독서 및 글쓰기 훈련을 거쳐야 가능하다”며 “어느 매체에 글을 쓰느냐와 관계없이 전문성을 갖추게 된다면 비평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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